연예

섹시 벗은 걸그룹, 이젠 ‘콘셉트大戰’

뉴튼의 물리학 운동법칙 중 제3법칙인 작용 반작용의 법칙. A물체가 B물체에 힘을 주면 B물체 역시 A물체에게 똑같은 크기의 힘을 가한다. 이 법칙은 걸그룹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연말연초 걸그룹들은 섹시콘셉트 일색이었다. 청순하고 발랄한 소녀 콘셉트를 고수했던 걸스데이는 ‘썸씽’에서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에 옆이 트인 치마를 입고 섹시 이미지를 어필했다. 밴드 콘셉트의 유닛(그룹 내의 소규모 팀) AOA블랙을 내세워 깜찍한 이미지를 표방했던 AOA는 짧은 치마를 입고 ‘짧은 치마’를 불렀다. 달샤벳은 ‘B.B.B’에서 가슴을 쓰다듬는 선정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흡사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등장한 걸그룹 스텔라의 ‘마리오네트’는 선정성의 정점을 찍었다.

스텔라

섹시콘셉트는 이미 레드오션이 됐고 대중들도 호의적인 시선을 거둔지 오래다. 섹시콘셉트가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까지 인식되는 시점에서 다른 콘셉트의 걸그룹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원더걸스 출신으로 솔로로 컴백한 선미는 섹시콘셉트를 기본으로 하되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활용한 신곡 ‘보름달’에서 전작 ‘24시간이 모자라’ 때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이미지 메이킹부터 안무, 의상까지 진두지휘한 섹시콘셉트의 대명사인 박진영은 한발 물러섰다. ‘보름달’은 용감한 형제가 작곡했다.

아예 정반대의 노선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신곡 ‘미스터 츄’로 컴백한 에이핑크는 청순 이미지 노선을 강화했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핑크색 치마를 입고 연인과의 달콤한 첫키스에 설레이는 소녀로 나온다. 2011년 데뷔한 에이핑크는 1세대 걸그룹인 핑클, S.E.S.를 연상시키는 음악과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팀이다. 데뷔 초기 개성이 없다는 일각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콘셉트로 재평가받고 있다. 에이핑크는 음원차트는 물론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에 오르며 걸그룹 콘셉트 대결의 승자로 떠올랐다.

에이핑크

콘셉트를 개척하는 움직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믹콘셉트다. 섹시콘셉트와 화려한 댄스 퍼포먼스를 앞세운 걸그룹 애프터스쿨은 2010년에 막내 멤버인 레이나, 나나, 리지로 그룹 내 소규모 팀인 ‘오렌지 캬라멜’을 선보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표정과 안무로 눈길을 끌었다. 오렌지 캬라멜은 최근 인어초밥이라는 4차원 콘셉트를 선보인 신곡 ‘까탈레나’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중화풍 댄스음악, 디스코를 주된 장르로 하는 이들은 음악과 일치하는 코믹한 콘셉트로 10대 이하 팬까지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멤버 레이나는 “본 그룹과 다른 콘셉트로 반전 매력을 보여준 데다가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친근감을 준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악보다 콘셉트가 주가 되는 경우 코믹콘셉트는 독이 될 수 있다. 록사운드에 동요를 연상시키는 노랫말과 구호를 앞세운 ‘빠빠빠’로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크레용팝은 신곡 ‘어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흡사 뽕짝과 테크노가 결합된 관광버스 댄스음악으로 노골적인 코믹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거부감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씨는 “크레용팝의 인기는 처음부터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보다는 다른 걸그룹에서 꺼리는 B급 유머코드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라면서 “더 센 자극을 원하는 대중들에게 웬만한 파격이 아니고서는 어필하기 힘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음악보다 콘셉트로 승부하는 걸그룹의 경우에는 목표지점을 분명하게 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씨는 “크레용팝이 ‘어이’에서 시도한 뽕짝테크노는 걸그룹의 주요 소비층이라고 할 10대에 어필하기 힘들고 음원구매에 적극적이지 않은 중장년층에게서도 상업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 전략의 치밀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코믹콘셉트도 블루오션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오렌지 캬라멜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