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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남녀’ 최진혁 “이혼부부 로맨스 공감보다 ‘응사’ 인기 부담됐죠”

철부지 대학생 시절, 오창민(최진혁)과 오진희(송지효)는 서로를 무척 사랑했다. 아이를 밴 것도 아니지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둘의 결혼생활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대대로 의사집안에 애지중지 키워 온 외동아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윤성준(박준금)의 호된 시집살이가 계속되고 힘든 직장생활에 치인 남편 창민의 무신경함에 진희는 이혼을 선언한다. 이후 6년 만에 종합병원 응급실 인턴 의사로 만난 창민과 진희는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최근 종영한 케이블 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급남녀>의 기본 줄거리다. 배우 최진혁(28)은 극중 배역에 감정을 몰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진희와 애정씬을 찍을 때 일면식이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었다면 이혼한 전 처에게 설레이는 감정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응급남녀>는 기본적으로 멜로 장르지만 메디컬 드라마 못지않게 위급한 상황과 수술장면이 많이 나온다.

“응급실이라는 배경이 있었으니까 가능한 이야기죠. 치프닥터 없이 서로를 의지하며 환자들을 살리고 수많은 난관들을 극복하면서 연애할 때나 부부였을 때는 보지 못했던 상대방의 인간적인 면모를 본 것 같아요. 재결합의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죠. 처음에는 멜로라면서 왜 이렇게 수술장면이 많이 나오나 생각했는데 그게 다 작가님의 큰 밑그림에서 생긴 장면이더라고요.”

감정몰입보다 더 힘든 부분은 전작인 <응답하라 1994>의 인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tvN은 미리 3~4회 정도는 촬영해놓고 편성을 시작하는 관행과 달리 거의 촬영과 동시에 드라마를 방영했다. 그만큼 <응답하라 1994>의 신드롬은 대단했고 후속극인 <응급남녀>에 거는 기대는 컸다. 여기에 지상파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었기에 배우 최진혁이 배역에 임하는 자세는 다른 때와 달라야만 했다.

최진혁은 반대로 마음을 비웠다. 그는 “극 초반에는 <응답하라 1994>도 그렇게 시청률이 높지 않았다”면서 “이야기만 재미있다면 시청자들이 봐주리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최진혁이 주연을 맡은 것도 처음이었지만 이혼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도 최초였기에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 믿었다. 다정다감하지 못한 성격에 아이처럼 무책임한 부분이 있지만 응급실에서 서서히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예상은 맞았다. <응급남녀>는 시청률 1~2%만 돼도 성공이라고 평가받는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에서 6.1%(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로 마감했다.

배우 최진혁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는 우여곡절 많았던 인생사, 오랜 무명시절이 오늘날의 최진혁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훤칠한 키에 중저음의 목소리, 강렬한 눈빛을 가진 배우 최진혁은 2006년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인 KBS2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가 tvN <응급남녀>로 주연을 맡기까지는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연기를 처음 시작한 20대 초반까지는 어떤 비판을 들어도 마음 아프지 않았어요. 연기자로서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2010년 MBC 드라마 <파스타>때부터 초조해졌죠. 연기자로서뿐만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졌고요. 군대 문제도 해결을 못한 상황이라 쫓기는 기분이었어요.”

최진혁은 마음을 다잡았다. 남들은 인생에 한 두 번 겪을까 말까한 일들을 수차례 경험했던 일을 떠올렸다. 인생의 굴곡, 다양한 감정을 맛봤던 때를 기억해서 연기에 녹이면 뭔가 다른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배우가 돼보라는 말을 했을 때의 두근거림도 떠올렸다.

“<파스타>에 출연할 때 카메라에 잡힌 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너무 살이 쪄서 보기 싫었어요. 1년 동안 닭가슴살과 고구만만 먹고 운동에 매진했죠. 하루 온종일 연기만 생각하면서요. 2013년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반인반신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뭔가 한 단계를 밟고 올라섰던 것 같아요. <구가의 서> 촬영할 때 연기자로서 저의 한계를 느끼고 연기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는데 여기까지 왔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저는 배우를 할 팔자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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