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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독, 어디까지 허용되야 할까

류중일 삼성 감독은 16일 대구구장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비디오 판독에 대해 “글쎄, 해야 되는 건지 하지 말아야 되는 건지…어떤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가 올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을 확대실시하면서 한국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는 범위를 넓혀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의견이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류 감독도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확대해야한다고 의견을 피력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중하게 판단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 판독 때문에 논란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적용할려면 아웃·세이프, 슬라이딩 캐치 등 많지 않나”라며 “메이저리그 하는 거 보고 우리도 한 번은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은 요즘 메이저리그 최대의 화제다. 지난해까지 홈런판독에만 쓰였던 비디오 판독은 올 시즌부터 적용범위가 확대돼 홈런뿐만이 아니라 인정 2루타, 관중의 방해, 포스아웃, 주자 태그, 주자 베이스 아웃·세이프 판정 등 무려 13개 부문에 걸쳐 적용된다.

예전에는 비디오 판독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방송에 쓰이는 장비들이 첨단화되면서 이제는 안방에서 야구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장면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심판들의 판정 하나하나가 맞는지 틀린지도 편히 앉아서 알 수 있다. 비디오 판독도 세월의 흐름이 만들어낸 제도적 장치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이 무조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지난 14일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에서 존 패럴 보스턴 감독은 4회 1사 1·3루에서 보스턴 선수들이 만들어낸 병살플레이가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뒤집히자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했다. 당시 판독 결과는 양키스 쪽에서 항의를 한대로였다. 그러나 패럴 감독은 경기 후 “비디오 판독도 별로 믿지 못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15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6회초 1사 만루에서 공격하던 시애틀은 브래드 밀러가 투수 앞 땅볼을 날렸다. 이를 잡은 텍사스 투수 페드로 피게로아는 공을 잡아 홈으로 던져 포스아웃 시켰다. 하지만 1루로 던지려던 포수 J.P 아렌시비아가 1루로 던지려는 과정에서 공을 저글링하는 바람에 병살플레이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상황만 놓고 보면 홈으로 들어온 주자는 명백한 아웃. 하지만 로이드 매클랜든 시애틀 감독은 아렌시비아가 공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홈으로 들어온 주자도 세이프가 되어야 한다며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그리고 판독 결과 심판들의 최초판정이 뒤집혔다. 올 시즌부터 새로 바뀐 ‘트랜스퍼’ 규정에 따르면 그 상황은 세이프가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항의를 하다 퇴장당한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은 “아렌시비아가 1루 송구를 위해 볼을 미트에서 빼내다가 공을 제대로 못 잡았다고 홈에서의 판정을 뒤집은 것은 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의 취지는 좋다. 결국 심판들의 오심을 줄이고 최대한 공정하게 심판을 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디오 판독이 과연 양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판정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의 여부다. 다른 곳도 아닌 현장에서 벌써 비디오 판독에 믿지 못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심판들의 판정에는 아무리 정확하게 본다고 하더라도 주관이 어느 정도 개입이 될 수 밖에 없다. 심판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기계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다만 객관성을 강조하기에는 비디오 판독도 심판들의 판정과 큰 차이를 보여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첨단 장비들을 동원해 비디오 판독을 하지만, 결국 판독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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