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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유재학, 신뢰로 쌓은 4개의 챔프반지

“유재학은 센 사람? 모비스는 성실한 팀? 그런 이미지는 다 (양)동근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주장 양동근(33)을 향한 유재학 감독(51)의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유 감독은 “남들은 유재학이 있기 때문에 모비스 팀 컬러가 나온다고 하는데, 그런 전통은 모두 동근이가 선수단에 뿌리내리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연패, 지도자 최다인 4번째 우승을 일군 뒤 각종 시상식 등 공식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고 있는 유 감독은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옆자리에 앉은 양동근의 어깨를 두드리며 “얘는 입단 동기이자 동반자”라는 칭찬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 한마디만 들어도 사제의 끈끈한 신뢰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무한 신뢰와 사랑, 충성과 복종으로 모비스에서 8시즌을 함께하며 ‘모비스 왕국’을 건설했다.

2004년 양동근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첫발을 내디딜 때, 유 감독은 전자랜드에서 모비스로 옮겨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 감독은 패스워크는 조금 떨어지지만 수비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전에 없던 스타일의 포인트가드 양동근을 한국 최고의 가드로 키워냈고, 그도 지도자로서 만개할 수 있었다. 양동근을 중심으로 그가 추구하는 조직력 농구, 팀 컬러를 완성했고 10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 4번, 챔피언결정전 우승 4번, 통합우승 2번 등 업적을 쌓으며 한국 프로농구 최고 지도자로 섰다. 2008~2009시즌 정규리그 우승 한 차례만 양동근이 없던 시기에 이룬 것이다.

지난 10일 챔프전을 4승2패로 마친 뒤 모비스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코트 안팎에 존재하는 두 리더’의 공을 높게 평가했다. 큰 그림은 유 감독, 세세한 터치는 양동근의 몫이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양동근은 유 감독이 원하는 바를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선수들을 유도했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가벼워지지 않도록 이끄는 것도 양동근의 몫이었다. 양동근은 “지난해 SK에 4연승으로 끝낼 때 마지막 경기에서 유 감독님이 ‘빨리 끝내고 싶다고 서둘지 말라’고 얘기해주셨는데, 그때의 교훈을 잃고 이번 시즌 끝 무렵에 방심했다”고 말했다. LG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얘기였다. 그 경기를 이겼다면 모비스는 정규리그 우승 뒤 편안하게 챔프전을 준비할 수 있었는데 너무 자신감에 찬 나머지 완패를 당하고 2위로 밀려났다.

“그 뒤 반성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번 챔프전에서는 마지막 6차전까지도 선수 전원을 모아놓고 김칫치국부터 마시지 말자는 다짐을 몇 번이나 했지요.”

양동근의 ‘코트 안 리더십’은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그는 신인 때부터 유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적어놓고 몸으로 실천하고 연구하며 동료, 후배들에게 모범이 됐다. 인정사정없는 따끔한 지적이 나올 땐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래도 하시는 말씀이 모두 옳고 그대로 따르면 100% 다 되는데,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엄격하기만 했던 유 감독도 이젠 조금씩 변하고 있다. 양동근은 “(함)지훈이나 저 같은 고참들만 느낄 수 있는 건데,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지셨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나이 50을 넘기면서 사회적 책임감이랄까, 그런 걸 느끼면서 조금씩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도 조금씩 따뜻하게 하고, 격려도 많이 해주고…”라며 그런 노력을 인정했다. 지난 시즌 중 회사에서 주선해 받은 ‘CEO 컨설팅’을 통해 많이 느낀 것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 “승패를 떠나 재미있는 경기로 전체 프로농구가 발전하면 좋겠다”는 말을 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곁에서 양동근이 “저희 신인 때에 비하면 요즘 애들은 정말…”이라고 하자, 유 감독이 얼른 “행복한 거야?”라고 물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늘 원리 원칙을 고집하던 그도 이제 여유로운 중년의 푸근한 지도자가 돼 가고 있다.

양동근은 유 감독을 본받아 훗날 좋은 지도자, 국가대표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마침 두 사람은 농구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소집되는 국가대표팀의 감독이고 주장이다. 최종 엔트리 발표가 남아 있지만 지난해에도 힘을 합쳐 큰 성과를 낸 것처럼 믿음을 주는 사제다.

이제 목표는 명확해졌다. 최초의 프로농구 챔피언 3연패와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유 감독은 “프로 3연패는 모비스에 수성이 아니라 도전”이라며 “지금 것을 지키기보다는 리빌딩을 통해 더욱 팀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는 “그건 정말 내게 스트레스다”라며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무척 어려운 숙제라는 뜻이다.

그래도 믿을 선수, 핵심은 양동근이다. 양동근이 곁에서 “제가 언제나 감독님을 받치는 도구가 되겠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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