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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아니 에디킴…“노래하는 김일병은 지워주세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의 군부대 내 예선이 한창이던 지난 2012년 여름, 까무잡잡하게 생긴 특공대원 하나가 모자를 눌러 쓴 채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경기도 포천 제705 특공연대 일병 김정환. 무뚝뚝한 말투를 뒤로 하고 그는 몇 곡의 노래를 내리 불렀다. 심사를 맡고 있던 이승철, 싸이, 손담비 등은 노래가 시작되자 곧바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화면 속 김 일병은 노래며 기타 솜씨가 모두 수준급이었다.

군부대 복무 중 <슈퍼스타K4>에 두각을 나타내 화제를 모았던 김정환(24)이 출전 후 2년만에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최근 첫 미니 앨범 <너 사용법>을 발표하고 음악팬과 만나고 있다. 그 사이 짧았던 머리칼은 이마를 가릴 정도로 길게 자랐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이름 ‘김정환’을 버리고 ‘에디킴’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이다.

군복을 벗자 외모가 몰라보게 변했다. 최근 만난 에디킴은 “사복을 입고 있으면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주위 스태프들은 농담 삼아 군복 입고 활동하면 어떻겠냐고 한다”고 웃었다.

에디킴은 로이킴, 정준영, 유승우 등 동료들에 비해 데뷔가 1년 가량 늦다. 다른 출전자들이 인기를 이어가는 사이 그는 남은 특공대 복무를 마쳤다. 에디킴은 지난해 7월 전역 후 가수겸 프로듀서 윤종신과 손잡고 정식 앨범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름을 바꾼 이유에 대해 그는 “작은 인지도를 이용치 않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김정환’ 대신 ‘에디킴’으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군 복무 전 그는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던 유학생이었다. 고교 1학년 미국 보스턴의 클래식 예술학교인 ‘월넛힐’ 고교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미국 버클리 음대 보컬과로 진학해 음악을 체계적으로 익혔다. 버클리 음대는 심사위원이었던 가수 싸이가 졸업한 학교이기도 하다.

“유학 도중 군복무를 마쳐야했는데, 이왕 할 거면 좀 센 걸 하고 싶었죠. 물이 무서워해서 해병대는 안되겠고, 특공대를 지원했지요. 멋도 모르고 갔다가 처음에는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슈퍼스타K>의 위력을 미처 알지 못했다. 오디션에 도전하게 된 것도, 간부와 선임들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틈틈이 내무반에서 노래를 들려준 게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우승하면 회식비 보태야 한다”며 나간 대회에서 에디킴은 평소대로 노래를 읊조렸다. 꾸밈없이 정직하게 노래하던 그 장면은 되레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톱6 무대에서 경연을 끝마치고 그는 부대로 복귀했다. “경연을 끝내고 내무반에서 누워있는데 내가 금방까지 하던 일이 너무 신기해서 마치 꿈을 꾼 듯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이후로는 병사로 돌아가 고된 특공 및 유격 훈련을 마무리했다.

동료들이 연이어 데뷔하면서 조바심이 날 만도 했지만, 그는 “사안에서 비켜나면서 더 신중해질 수 있었고,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도 갖는 등 도움되는게 오히려 많았다”고 답했다. 때로는 느린 것이 빠를 수도 있다.

윤종신과의 만남에 대해 그는 “전역 후 만난 기획사들 대부분 ‘돈’과 ‘인기’ 이야기를 했지만 윤프로듀서는 ‘요즘 어떤 음악 듣니?’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데뷔 앨범에는 6곡의 노래가 들어있다. 모두가 그의 자작곡이다. 어쿠스틱한 타이틀곡 ‘투 이어스 어파트’는 휴전선 철책선 안 GP(최전방 경계초소)에서 만든 노래다. 에디킴은 “북한 병사를 마주 보는 가운데 가사를 떠올렸고, 이후 숙소로 돌아와 수첩에 음표를 그리면서 노래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2년간 이별해야 하는 연인들의 심정을 갖가지 에피소드로 버무렸다.

‘밀당의 고수’는 밴드 스타일, ‘소벌 업’은 팝, ‘잇츠 오버’는 어쿠스틱한 노래다. 같은 소속사인 기타리스트 조정치가 기타 편곡을 도왔다.

“작은 과거의 인기에 기대고 싶진 않습니다. 경연 동안 제 음악을 미처 다 보여주지도 못했고, 지난 시간 보다는 앞으로 보낼 음악 인생이 훨씬 더 길 것 이고요. 천천히 하나씩 노래와 이름을 알려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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