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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과 대결서 승리한 김광현 “세월호 사고, 기적 일어났으면“

1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KIA의 시즌 첫 만남은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이상 26)간 에이스 대결로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1988년생 동갑내기 절친인 둘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토종 좌완 에이스다. 둘은 프로에서 세차례 맞대결을 펼쳤고, KIA ‘천적’(16승6패 방어율 2.76)인 김광현이 투구 내용이나 성적(1승1패)에서 양현종(1패)에 앞섰다.

SK 김광현이 18일 문학 KIA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SK와이번스 제공

경기 전 1승이 급한 양팀 벤치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에이스 대결을 성사시킨 이유에 대해 강한 믿음을 이야기했다. KIA 선동열 감독은 “김광현이 우리를 상대로 잘 던졌지만 지금 상태면 양현종이 더 낫다. 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SK 이만수 감독도 “김광현이 출발이 좋지 않지만 컨디션은 좋다. 에이스라는 자부심이 크고, 이런 경기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또 웃었다. 김광현은 이날 7이닝을 4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11-0 대승을 이끌었다.

출발은 불안했다. 김광현은 3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다. 그러나 1회 2사 2·3루, 2회 1사 3루, 3회 무사 1·3루 위기에서 단 한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갔다. 4회 견제사 하나를 잡아내면서 간단하게 아웃카운트 3개를 채운 김광현은 7회까지 볼넷 1개만 내주는 위력투를 뿌렸다.

타선은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6회말 양현종을 상대로 집중타를 퍼부어 3득점하며 균형을 깼다. 7회에는 안타와 볼넷, 폭투로 만든 1사 2·3루에서 김강민, 조동화의 연속 3루타로 양현종을 강판시켰다. SK는 박정권의 3점 홈런 등 7회에만 8득점하며 김광현의 호투에 힘을 실었다.

양현종은 6.1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았지만 6회 고비에서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8안타 2볼넷 7실점하며 패전투수(2승2패)가 됐다.

김광현은 경기 뒤 승리의 기쁨보다는 차분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안산에서 크고 자란 그는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의 실종자 상당수가 안산에 위치한 단원고 학생들이 많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자 구조를 원하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고, 경기에서도 김광현 특유의 세리머니도 최대한 자제했다.

그는 “뉴스를 보면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프다. 잠깐 어두운 거실에 나가도 무서운데 깜깜한 배 안에 갖혀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무겁다”며 “하루 빨리 구조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꼭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양현종과의 맞대결에 대해서는 “상대 투수를 의식하지는 않는다. 타자들만 생각한다”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내 공을 던지는 것이다. 초구 스트라이크와 선두타자 봉쇄는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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