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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 잠에서 깨어난 ‘슈퍼 베이비’

너무도 서둘러 걸친 화려한 외투들. 그리고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는 때로 시야를 흐리게 한다.

‘천재 골프소녀’ ‘천만달러 소녀’, ‘여자 타이거 우즈’…. 재미교포 미셸 위(25)는 2005년 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데뷔하기 전인 아마추어 시절부터 호화 수식어를 주렁주렁 달고 다녔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2005년 LPGA 챔피언십에서 2위에 오르고 브리티시오픈에서 3위를 차지하며 여자 골프 무대를 곧 평정할 듯한 기세를 보였다. 아예 경쟁 상대를 남자 선수들로 바꾸기도 했다.

미셸 위가 20일 LPGA 롯데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 선수들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롯데 제공

1m83의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드라이버샷으로 270야드를 어렵지 않게 넘긴 미셸 위는 어느 틈에 ‘성대결’이란 이슈 속에 들어가 있었다.

남자들과 샷대결을 해도 충분히 맞설만하겠다는 주위의 평을 들은 미셸 위는 2003년 8월 베이밀스오픈 남자 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PGA(미국프로골프) 무대에 이벤트처럼 나서기 시작한다. 독약이었다. 혹시나 하고 시작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연전연패했다. 컷 탈락을 반복한 끝에 2007년 말 “더 이상 남자대회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미셸 위는 몸과 마음에 밴 나쁜 습관을 씻어내고 여자 무대로 돌아오려했으나 그 또한 쉽지 않았다. 2008년을 기점으로 해도 6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미셸 위는 20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롯데 챔피언십에서 3년8개월 만에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미셸 위는 이미 LPGA 투어 2승 이력이 있다. 2009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0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그러나 그 시절 우승과는 의미가 또 다르다. 자신의 골프를 찾으려 안간힘을 써온 미셸 위는 올 시즌 비로소 매 대회 상위권에서 안정된 레이스를 한 끝에 기다리던 우승 꽃을 피웠다.

미셸 위는 홀에 가까워질수록 강해지기 위해 거리보다는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고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부터는 퍼트를 할 때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변화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0∼2012년 라운드당 30개를 웃돌았던 평균 퍼트 수가 지난해에는 29.88개로 줄었다.

무엇보다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그린 적중률 69%로 전체 32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80%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드라이버샷이 ‘쇼’라면 퍼트는 ‘돈’이란 말도 미셸 위를 보면 정확하다. 미셸 위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25만달러를 포함해 올해 상금으로 61만6555달러를 벌어들여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 막판 역전극을 이뤄낸 것도 정확성 덕분이었다. 미셸 위는 이날 초속 7m의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5타를 줄였다. 그 덕에 전날까지 4타 앞선 선두였다 이날 1오버파에 그친 앤절라 스탠퍼드(미국·12언더파 276타)를 2타차로 밀어내고 역전 우승에 성공한 것이다. 미셸 위는 “마지막 날 가장 일관성 있는 경기를 했다”고 자평했다.

미셸 위는 고향 하와이에서 정상에 올라 기쁨을 2배로 키우기도 했다. “이번주 하이라이트는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첫 티샷부터 마지막 퍼트를 할 때까지 모든 사람이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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