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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혁 '난세' KIA 선발진의 영웅이 됐다

올 시즌 KIA 선발진을 정국에 비유하자면 ‘난세’다. 양현종과 데니스 홀튼이라는 든든한 원투펀치가 있지만 이후 로테이션을 책임져야 할 선발투수들이 부진하다. 김진우는 3월 8일 삼성과 시범경기에서 얻은 왼쪽 정강이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고 송은범은 4경기에서 1승 3패 방어율 8.55로 부진하다. 임준섭과 박경태의 방어율도 각각 7.50, 10.22로 참담한 수준이다.

하지만 난세에는 반드시 영웅이 나오는 법. KIA 선발진에도 이 난세를 종결시킬 ‘난세영웅’이 될지도 모르는 한승혁(21)이라는 새싹이 등장했다. 한승혁이 자신의 두 번째 선발등판에서 117구 ‘혼신투’로 SK를 누르고 개인 통산 첫 승을 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적어도 이날 만큼은 한승혁이 ‘난세영웅’이었다.

KIA 한승혁이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와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한승혁은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와 경기에 선발등판해 6과 3분의 2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팀의 3연패를 끊었다.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이닝, 최다투구수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는 역투이자 개인 통산 첫 승이었다. KIA는 한승혁의 호투를 발판삼아 4-1로 승리하고 연패를 끊으며 휴식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날 한승혁의 맞상대는 조조 레이예스. 지난해 KIA를 상대로 승 없이 1패만을 기록했지만 방어율은 2.25로 좋았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한승혁은 경기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변화구 제구가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으면서 자꾸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2-0으로 앞선 2회 1사 3루에서는 이재원에게 적시타를 맞고 1실점했다.

그래도 4회까지 투구수 54개로 잘 버텼던 한승혁은 5회 최대 위기를 맞았다. 2사 후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만루에 몰렸다. SK 타자들이 볼을 잘 골라내면서 위기를 맞았다.

한승혁은 자신을 진정시키려 올라온 김정수 투수코치와 얘기를 나눈 후 마음을 고쳐 먹었다. 변화구 대신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직구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그리고 박재상을 직구만 5개를 던져 삼진으로 잡아내고 위기를 벗어났다.

직구 승부로 패턴을 바꾼 한승혁은 이후 SK 타선을 압도했다. 6회 선두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를 잘 처리해 무실점으로 막았다. 투구수가 106개나 됐지만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공 11개로 나주환과 조인성을 차례로 잡아낸 뒤 공을 김태영에게 넘겼다.

이날 한승혁은 경기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직구 구속이 올라갔다. 5회 박재상을 삼진으로 잡을 때는 이날 최고구속인 153㎞을 찍었고, 6회와 7회에도 여러차례 150㎞대를 기록했다.

아버지가 전 대한항공 배구단 감독인 한장석씨로 유명한 한승혁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KIA에 지명됐지만 오른쪽 팔꿈치 인대 손상이 발견돼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2012년이 되서야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주로 불펜에서 뛰던 한승혁은 올 시즌 팀 선발로테이션이 붕괴되면서 지난 15일 광주 한화전에 프로 데뷔 후 첫 선발등판을 해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한승혁은 자신의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도 호투를 펼쳐 향후 KIA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재목임을 알렸다.

한승혁은 “어제 졌을 때는 부담이 많이 됐는데 마운드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던졌다”며 “경기 초반에는 1이닝씩만 막자고 생각하고 던졌는데 공이 갈수록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타자들이 볼도 많이 건드려줘서 호투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승혁은 마운드를 내려오며 들은 팬들의 환호성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선발투수에게 있어 잘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팬들로부터 받는 박수와 환호는 그 어느 것보다 달콤하다.

한승혁은 “프로와서 그런 환호성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아니 내 인생 처음인 것 같다”며 “프로에 오고나서 첫 승을 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수술한 다음에 재활하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몸상태는 프로 데뷔 후 최고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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