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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 미드 ‘뉴스룸’ 만큼만 해줬으면…

미국 방송사 HBO의 드라마 <뉴스룸>은 뉴스 제작이 일어나는 가상의 방송국 ACN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다. 시즌1의 4화에서는 ‘사고보도와 속보’에 대해 다뤘다. 여느 때처럼 정규 뉴스가 나가는 중에 긴급한 소식이 들어온다. 총격 사건으로 한 여성 하원의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NPR), CNN, FOX, MSNBC 등에서 사망 소식을 긴급하게 전하지만 ACN뉴스 제작진은 경찰이나 의사로부터 아직 사망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총격 사건 발생사실만 알린다. 한 스태프는 “왜 우리는 사망소식을 발표 안 하는 거야? CNN, FOX, MSNBC에서 다 죽었다잖아”라고 말한다. 또 다른 스태프는 앵커에게 “니가 지금 흐름을 못 따라가면 매 초마다 1000명이 채널을 변경해. 그게 네가 일하는 바닥이야”라고 말한다. 그때 다른 스태프가 외친다. “아직 살아있대요! 마취 의사가 수술 준비중이라고 확인해줬어요.”

<뉴스룸>의 사망소식 보도에 관한 장면은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많은 누리꾼들이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 편집 본을 공유했다. 사람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과정에서 국내 언론이 속보와 단독 경쟁으로 인해 수많은 오보를 낸 것을 비판하며 바른 보도 행태를 담아낸 이 영상물에 열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트위터 이용자 mon**은 “‘사람 목숨입니다. 뉴스가 아니라 의사가 결정하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라며 “시청률 경쟁은 산 사람도 죽이고, 죽은 사람도 더럽힌다”라고 말했다. zi***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미국드라마 <뉴스룸>을 기대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사치’일까”라고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 직후 ‘전원구조’ 오보를 시작으로 선체진입에 성공했다는 각종 오보에 시달려온 시민들은 <뉴스룸>을 보면서 언론이 ‘속보’대신 ‘사실에 기반한 보도’를 해주기를 바랐다.

미국 방송사 HBO의 드라마 <뉴스룸>

이밖에도 <뉴스룸>에는 사고·재난 보도를 하면서 오보를 피하고,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전달하기 위한 언론인들의 모습이 나온다. 시즌1의 1화에서 제작진들은 심해의 석유갱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전달하면서 구조 사실과 함께 사고원인 파악에 열중한다. 모든 보도는 관계자들의 멘트를 직접 취재한 사실에 근거한 것 들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보도를 피하려는 언론인들의 노력도 보인다. 대부분의 뉴스는 짧은 사실 전달 대신 찬반 양쪽의 입장을 다 전달하는 형식으로 제작된다. 여당의 선거운동 차량을 타고 다니던 뉴스PD는 “왜 여당에게 유리한 질문만 받느냐.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도 답해달라”고 항의하다가 차량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한동섭 교수는 “선진국의 언론들은 1920년대에 옐로우 저널리즘의 폐해 등을 겪으며 언론의 자유만큼 책임도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언론은 1883년 한성순보부터 시작돼 역사가 짧진 않지만, 언론기업으로서 발전할 시간은 짧았다. 오랜 정쟁 등으로 정파지로서의 역할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알 권리’와 ‘보도의 자유’를 사수하는 것에만 주력했다. 이는 곧 바른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숙고를 할 시간이 없었다는 뜻이다. 한 교수는 “상업언론사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서구 언론에 비하면 언론의 폐해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매우 짧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드라마 <뉴스룸> 시즌1의 4화.사진·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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