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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방망이가 야속해

승리투수가 돼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LA 다저스 타선은 류현진(27)의 호투를 끝내 외면했다.

류현진은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안타 9개를 맞았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2실점으로 막고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개막전에서 2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던 기억을 날려버리는 호투였다. 투구수는 106개였고 삼진은 3개를 잡았다.

투구내용을 수치로만 보면 류현진은 이전 등판과 달리 안타를 많이 맞으며 끌려갔다. 그런데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찔러넣는 등 공격적으로 피칭을 이어간 것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29명의 타자 중 24명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82.8%나 됐다. 4회 카를로스 루이스에게 초구 볼을 던지기 전까지 13타자 연속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류현진은 악전고투하는 과정에서도 실점을 최대한 적게 내주며 자기 역할을 다했다. 야수들이 실책을 저질러도 류현진의 ‘멘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다저스 타선은 이날 득점권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1회 2사 1·3루, 2회 1사 2루, 3회 2사 2루 기회를 모두 날렸다. 5회가 돼서야 겨우 1점을 뽑을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1사 3루 때 칼 크로퍼드의 희생플라이로 얻은 것이다. 다저스의 득점권 적시타는 7회 2사 3루 때 저스틴 터너가 때린 게 전부였다.

다저스 타선의 집중력 부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저스는 올 시즌 득점권에서 타율 2할3푼2리에 그치는 등 좀처럼 찬스에서 방망이가 터지지 않고 있다. 타율로 보면 크로퍼드(0.217)·야시엘 푸이그(0.254)·핸리 라미레스(0.234)·맷 켐프(0.196)등 상위 타순에 배치된 타자들의 부진이 심각하다. 하위 타순의 후안 유리베(0.321)와 디 고든(0.369)이 분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류현진은 타선 지원을 유독 못 받고 있다. 류현진은 23일 현재 평균 3.67점의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 20이닝 이상을 던진 62명의 내셔널리그 투수들 중 40위에 불과하다. 다저스 타선은 올 시즌 류현진이 등판한 6경기 중 절반인 3경기에서 2점 이하의 득점지원을 했다.

같은 팀 동료들과 비교하면 더 암울하다. 류현진과 함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빠진 선발 로테이션을 잘 지키고 있는 댄 해런과 잭 그레인키는 각각 6.00점(5위), 4.75점(21위)의 평균 득점지원을 받았다.

류현진은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운 내셔널리그 투수들 중 5위에 해당하는 평균 4.70점의 득점지원을 받았다. 6월 푸이그가 합류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다저스 타선의 덕을 많이 봤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푸이그처럼 시즌 도중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분위기를 올려줄 선수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커쇼의 빈 자리를 잘 채우고 있는 류현진에게 이제는 타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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