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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기태 감독, 전격사퇴 왜?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 22일 대구 삼성전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 백순길 단장에게 조용히 면담을 요청했다.

김 감독은 그 자리에서 무겁게 입을 열어 사퇴 의사를 전했다. LG 구단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이 시간 이후로 이어진 다각도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LG 구단은 23일 대구 삼성전을 막 시작할 즈음 김 감독의 마음을 돌리는 것을 포기했다.

LG는 삼성전을 마친 뒤 “김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감독직을 놓게 됐다”고 발표했다.

23일 사퇴한 프로야구 LG 김기태 감독

LG는 개막 이후 부진을 거듭한 끝에 최하위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LG의 ‘10년 흑역사’를 마감하고 팀을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까지 올려놓은 김 감독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자리에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불과 20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사퇴 카드를 꺼내든 것은 석연치 않은 측면도 있다.

김 감독은 박종훈 전임 감독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2012년부터 LG 지휘봉을 잡았다. 첫 해에는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6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시즌 중반 이후 뒷심을 발휘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고 다툴 만큼 내용 있는 시즌을 보냈다.

김 감독으로서는 계약기간 3년 중 마지막 해인 2013시즌이 중요했다. 그러나 현장을 향한 구단의 힘 실어주기가 기대 만큼 따라주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공로로 조기 재계약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구단은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막판에도 감독직 유지를 놓고 한 차례 갈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 3번째 시즌을 치르면서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자 김 감독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대전 한화전을 치르며 빈볼 시비 등이 이어져 여론까지 악화된 것도 결정을 부추긴 요인으로 보인다.

LG는 조계현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긴다. 조계현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른다. LG는 “다시 한번 설득 작업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김 감독의 결단을 되돌릴 여지는 없어보인다.

LG 더그아웃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오후 6시가 넘도록 김 감독이 나타나지 않자 갸우뚱한 상태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일부 선수들은 팀내 변화 가능성을 읽고 무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LG와 김기태 감독의 만남은 지난해를 보내며 극적으로 완성됐지만, 불과 몇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너무도 전격적으로 끝을 맞았다.

어떤 식으로든 시즌의 방향을 결정짓기에는 너무 이르다. LG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고작 18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구단은 오너와 프런트, 선수들의 것만이 아니다. 겨우내 오매불망 시즌을 기다려온 팬들 자리도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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