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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사퇴로 본 ‘영욕의 LG감독 자리’

LG 김기태 감독이 개막 첫달인 4월에 자진 사퇴한 것은 결국 성적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다. 그동안 시즌 중 사퇴한 다른 감독들과 같은 이유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 그 압박감의 크기다.

LG 사령탑은 그야말로 영욕이 함께 하는 자리다. LG는 프로야구 전체 구단 가운데 인기와 관심도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구단이다. 2011년 말에는 부진의 끝을 달리자 보다 못한 팬들이 선수단을 상대로 청문회를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LG는 모그룹의 관심이 지대하기로도 유명한 구단이다. 전통적으로 구단주의 야구 사랑이 매우 특별해 1990년대에는 구단주가 경남 진주 단목리에서 매년 선수단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룹 임원들이 직접 야구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LG 선수단에 매우 뜨거운 열성을 보인다. 그만큼 지원을 잘 받을 수 있으니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자리인 동시에 앉고나면 어느 팀보다도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몇 배 이상 큰 자리가 바로 LG 감독직이다.

LG 김기태 감독 사진|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LG 감독은 2000년대 들어 6번이나 바뀌었다. 감독 평균 수명이 2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2002년 LG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올려놓고도 경질됐고, 이후 LG가 10년 연속 4강에서 탈락하는 동안 이광환-이순철-김재박-박종훈 감독이 거쳐갔다. 이순철 감독이 경질된 뒤 ‘대행’을 맡았던 양승호 감독까지 포함하면 7명이나 된다.

현대를 4차례 우승시킨 명장 김재박 감독도 LG에서 지낸 3년 동안 4강에 대한 부담에 시달렸고 결국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한 채 재계약에 실패한 뒤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말 LG의 리빌딩을 위해 5년 계약한 박종훈 감독은 겨우 2시즌을 치른 뒤 2011년 10월 경질됐다.

이후 사령탑을 맡은 김기태 감독은 가장 성공했다. 지휘봉을 잡은 뒤 선수단을 향해 카리스마와 친근함을 적절히 배합한 지도력으로 두번째 시즌인 지난해 LG를 정규시즌 2위로 올려놔 10년 묵은 4강의 한을 풀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성공으로 인해 올해 LG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김 감독이 느끼는 압박감은 그에 비례했다.

하필 개막한 뒤 일이 꼬여 LG는 매우 부진하게 출발했다. 지난 22일까지 17경기에서 4승1무12패로 최하위로 처졌다. 10연패 이상을 하지도 않았고 아직 100경기가 넘게 남아있지만 그 사이 LG의 경기력에 대한 무수한 비난의 시선이 쏟아졌다. 전적으로 코칭스태프의 권한인 경기 운영에 대한 지적까지도 직·간접적으로 전달되면서 김 감독은 매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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