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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부진은 감독님 아닌 우리 선수들 책임"

“야구 못한 우리 책임이 가장 큽니다.”

선수들도 충격에 빠졌다. 하루아침에 사령탑을 떠나보낸 LG 선수단의 비통한 심정은 입을 꾹 다물고 방망이만 돌리는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LG 선수들은 24일 대구구장에서 김기태 감독을 떠나보낸 뒤 첫 경기를 치렀다. 23일에도 김 감독 없이 경기했지만 사퇴 사실이 발표돼 감독석이 공석이 된 뒤 첫 경기다.

경기 전 침묵 속에 몸을 풀고 하나둘씩 훈련에 나선 선수들 중 누구 하나 웃지 않았다. 말도 하지 않았다. 주장 이진영만이 선수단을 대표해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앞에 나섰다.

이진영은 “성적 부진은 선수가 야구를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감독님이 책임지고 그만 두셨다. 끝까지 같이 하셔야 되는 게 맞는데 (그만 두신 데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팀을 위해서 오히려 나가신 감독님 뜻을 우리 선수들이 더 잘 안다. 시즌이 남아있기에 이기는 수밖에 없다. 책임감 갖고 야구하자고 선수들끼리 이야기 나눴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LG를 맡은 이후 큰 형님 같은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지휘했다. 최고참 류택현과 2살, 이병규와는 5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젊은 감독이기도 했지만, 지켜야 할 것은 확실히 강조하되 미팅 때에는 언제나 선수들을 향해 존칭을 쓰며 호탕한 성격으로 선수들을 감싸안는 지도 방식이 LG 선수들을 움직였다.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는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면서도 고참들을 존중해주는 리더십은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주전 야수들과 류택현, 정현욱, 봉중근 등 핵심 투수들의 마음을 얻었다. 지휘봉을 잡은 지 2년째에 LG가 페넌트레이스 2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김 감독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단순히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하기는 너무 이른 시기에 물러나자 여라가지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 김 감독이 일부 고참 선수들과 불화를 겪었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이진영은 강하게 반박했다. “고참과 불화로 인해 감독님이 그만 두셨다는 소문이 기사화 된 것을 보고 정말 화가 많이 났다.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고 있어서도 안 된다. 감독님이 어떤 분이신데,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우리 선수들 중에서 감독님을 좋아하지 않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선수들 책임이 제일 크다”고 다시 한번 직접 야구한 선수들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0년대 중반 SK에서 고참이자 주장이던 김 감독과 함께 선·후배로 뛰면서 인연을 이어온 이진영은 김 감독의 사퇴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이진영은 “지금은 생각이 많으실 것 같다. 아직 연락은 하지 못했다”며 “너무 슬프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정말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언제나 좋은 모습 보여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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