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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근의 홈스틸, 정말 무의미했을까

LG 박용근은 29일 마산 NC전에서 2-3으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 풀카운트 상황에서 홈스틸에 가까운 빠른 스타트를 끊었다. 최경철이 스윙을 마친 순간 이미 홈플레이트에 도달했을 정도였다.

최경철의 타구가 우익수 뜬 공이 되는 바람에 과감한 시도는 무의미한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MLB.com, CBS스포츠, 블리처 리포트 등도 해당 영상을 소개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박용근의 홈스틸 시도는 정말 미국 언론이 ‘미친 선수(crazy player)’라고 할 정도로 이상한 플레이였을까.

CBS스포츠가 박용근의 9회말 2사만루 풀카운트 홈스틸에 대해 ‘crazy player’라고 소개하고 있다. | CBS스포츠 홈페이지

일단, 투구 동작에서의 보크를 유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앞서 볼카운트 1-2 상황에서도 비슷한 스타트가 이뤄졌다. 3루주자 박용근이 보크라고 주장했고, 조계현 수석코치도 나와 보크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약 김진성이 세트 포지션 상황에서 공을 던졌다면 멈춤 동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김진성은 만루 상황에서 와인드업 자세로 공을 던지고 있었다. 따라서 멈춤 동작은 필요 없다.

대신, 포수의 움직임을 유도해 보크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있었다. 야구규칙 7.07에 따르면 스퀴즈 플레이나 홈스틸 때 포수가 공을 갖지 않은 채 본루 위 또는 그 앞으로 나올 경우 투수에게 보크를 선언하고, 포수의 타격 방해를 선언해 타자 주자에게도 1루가 주어진다. 단, 전제가 있다. 이때 투수가 던진 공이 ‘송구’가 아니라 ‘투구’여야 한다. 발을 빼고 던지는 송구라면 앞에 나와서 받는 것이 정상적인 플레이가 된다. 김진성은 와인드업 자세로 공을 던지고 있었으므로 명백한 ‘투구’였다.

그러나 NC 포수 김태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최경철은 타격을 했고 우익수 뜬공이 됐다. 너무 빠른 스타트를 끊는 바람에 ‘이상한 플레이’로 비춰졌지만 최경철이 정상적인 타격을 했다는 점에서 타격에 방해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타였다면, 볼넷이었다면 득점이 빨리 이뤄졌다는 것 외에 달라질 것은 없었다. 박용근은 김진성의 와인드업과 함께 스타트를 끊었으므로 견제사 당할 가능성도 낮았다. 박용근이 ‘잃을 것’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만약, 박용근이 더 빨리 달려 들어와 홈플레이트에서 김진성의 투구에 맞았다면 어떻게 될까. 야구규칙 6.05 (n)에 따르면 ‘2사 3루,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홈 스틸을 노린 3루주자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정상 투구에 닿았을 경우 이때 심판원은 ’스트라이크 스리‘를 선언하여 타자를 아웃시키고 주자의 득점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투구보다 더 빨리, 번개처럼 홈 플레이트를 밟았고 그 다음에 공이 들어왔다면? 마찬가지로 그 공이 ‘스트라이크’ 였다면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야구규칙 4.09 (a) 원주는 ‘타자주자가 1루에 닿기 전에 아웃되고 그것이 3아웃일 때는 다른 주자가 그 아웃이 이뤄지기 전 또는 그 아웃이 이뤄지는 동안 본루에 닿았다면 득점은 기록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한다. 타자가 1루에 닿기 전에 아웃됐으므로 득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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