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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특집] 양학선-도희 데이트 ‘행복은 키 순이 아니잖아요’

양학선(22)의 키는 공식적으로 160㎝다.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남자, 뜀틀 세계랭킹 1위다. 구름판을 딛고 뜀틀을 짚은 뒤 뛰어오르면 세상 모두를 자신의 아래에 둘 수 있다.

도희(20)의 키는 공식적으로 151.8㎝다. 작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뭇 남성팬들의 마음을 하늘 높이 둥실 띄워 올렸다. 늘어뜨려 가렸던 머리 한 번 질끈 묶어주면, 세상 모든 남자를 자신의 아래에 둘 수 있다.

작지만 단단한, 아니 어쩌면 누구보다 큰 둘이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스포츠경향>의 창간 9주년 특집 인터뷰, 스포츠 스타와 연예스타의 만남을 통해서다. 양학선은 함께 대화하고 싶은 연예스타를 묻자 대뜸 도희를 택했다.

그룹 타이니지 도희(왼쪽)와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이 스포츠경향 창간 9주년 특집으로 마련된 스포츠스타와 연예스타 데이트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 13일 낮 기온은 26도였다. 서울 태릉선수촌의 나뭇잎은 여름의 녹색을 띠기 시작했다. 그룹 타이니지 소속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 도희는 검은 바지에 흰 블라우스를 입었다. 올림픽 사상 첫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은 트레이닝 반바지를 입었다. 양학선은 쭈뼛쭈뼛 인사를 했다. 얼굴이 희미하게 붉었다. 둘은 소설 ‘소나기’의 주인공 같았다. 그런데, 자리를 먼저 내준 것은 도희였다. 태릉선수촌 광장 정원의 원탁에서 도희는 “이쪽에 앉으시면 되겠네요”라며 웃었다. 양학선이 그 자리에 앉으며 그제서야 웃었다.

도희(이하 도)=아, 날씨 짱 좋다. 여기가 태릉이구나. 되게 좋아요. 운동하는 분들 계신다고 해서 갇혀 있는 곳일 것 같았는데, 저희는 지하 연습실이거든요. 훈련 지상에서 하죠?

양학선(이하 양)=(개선관을 가리키며)저기요, 2층.

도=와, 꿈의 지상. 저희는 지하. 저희는 날씨 좋은 날 미쳐요. 밖에 나가고 싶어서.

양=아, 이런 걸 부러워하는구나.

진행=고향이 비슷해요(양학선은 광주, 도희는 여수다)

양=저, 사투리 안 쓰지 않나요? 사투리 자체도 달라요. 여수가 훨씬 많이 써요.

도=안 쓴다고요? 저는 이제 잘 알죠. 한 번에 캐치를 하죠. ㅎㅎ

양=드라마(응답하라 1994)에서 도희씨가 썼던 사투리에 정감이 가요. 저도 한번씩 사투리 써요. 오히려 서울말 쓰려고 하면 스트레스.

도=저도 이제 걸그룹 이미지를 좀. ‘응사’ 이미지가 셌잖아요. 회사에서 안타까워해요. ‘이제 컴백해야 하는데 널 어떻게 하면 좋냐’고.

양=저도 세계랭킹 1위 이미지가. ㅎㅎ

진행=도희씨를 만나고 싶어했어요.(양학선은 함께 인터뷰 하고 싶은 스타로 대번에 도희를 꼽았다)

양=키가 일단 저보다 작고요. 도희씨밖에 딱 안 떠올랐어요. ‘응사’ 거의 다 봤어요. 초반에는 머리 내리고 있었잖아요. 그러고 있다가 아침밥 먹으러 내려올 때 머리 묶어 올렸어요. 그때 정말 확. 원래, 여자분들이 올백하면 예쁘기가 힘들거든요. 그런데 예쁘셔서. ㅎㅎ

도=저도 체조 정말 신기해요. 저는 완전 뻣뻣하거든요. 체조 보면 막 내 뼈가 아파요. 태릉선수촌 다큐 같은 거 보면 훈련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연습생 시절에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양=훈련 많이 안할 때도 오후 훈련만 6종목 하고 나면 3시간이예요. 또 체력 운동도 하고. 체조 되게 신기하죠? 어떻게 이걸할까 싶죠? 그런데, 우리는 달라요. ‘저걸 어떻게 하지?’를 생각하는 대신 ‘아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해요. 물론 짜증날 때도 있어요. 기술이 잘 안돼. 그럼 일단 멈춰요. 1주일 지난 뒤 갑자기 될 것 같은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갑자기 그 기술이 되고 그래요.

도=우리도 슬럼프 있어요. 저는 노래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해야 하니까 춤을 꼭 해야 해요. 그런데 몸이 안 따라주니까 스스로에게 너무 화났죠. 자신감 없어지고. 데뷔 후에도 그래요. 저는 ‘응사’ 만나서 관심받고 너무 행복했는데, 또 고민들이 생기더라구요. 그러면 저는 엄청 소심해져요. 하기 싫어지고. 해 봤자 안되니까.

양=저도 ‘응사’ 출연한 도희씨랑 비슷해요. 저도 단체전 있고, 함께 대회 나가는 동료들이 있어요. 그런데 메달은 저 혼자 따요. 그럼 마냥 기뻐할 수가 없어요. 친구들도 따면 좋은데, 기쁘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있죠. 예전에 더 어릴 때 철없을 때는 신경 못 썼는데 요즘에는 신경 쓰여요. 팀 전체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애들한테도 기술 얘기 많이 해줘요.

도=맞아요. 진짜 그런 거 있어요. 스케줄이 많이 생겨서 좋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런데 멤버 친구들 앞에서는 피곤한 내색 못하겠는거예요. 입장 바꿔 생각하면 더욱 조심스러워져요. 저녁에 모여서 서로의 일상에 대해서 막 얘기하고 그러는데, 혼자 스케줄 갔다와서는 얘기 못해요. 괜히 티내는 것 같고 해서.

양=맞아요. 공감 가요.

도=이상형은 어때요.

양=터프하고, 쿨하고. 여자만의 매력이 있으면 더 좋고요. 중학교 때는 여자랑 손도 못 잡아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목표가 가능한 빨리 결혼하자였어요. 결혼 못할까봐. 그런데 커서 보니까 이상하게 제가 여자 좋아하는 것보다 여자 분들이 저를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다들.

도=아, 이 양반 미쳐불겄구만. 미치겄네 아주. ㅎㅎ

양=연예계 있으면 이성 만나기 쉽지 않죠?

도=그런데 다른 분들은 오히려 더 만나기 쉽다고들 해요. 음악방송 같이 하면 행사에서 또 만나거든요. 같은 시즌에 활동하니까. 그러면서 눈이 맞는대요. 눈이 맞기는 무슨 ㅎㅎ. 보통 연기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커플도 있잖아요. 저는 첫 연기를 유부남(김성균)과 했어요. 애가 둘이예요. 게다가 비주얼도 쉽게 반하기 힘든 비주얼이어서. 우리 또래들 이것저것 많이 재잖아요. 키도 따지고. 전 그런 거 없어요.

그룹 타이니지 도희와 체조 국가대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양=키 얘기 나오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인터넷 보면 키 180㎝이하 루저, 뭐 이런 얘기 있잖아요.

도=똥싸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요. 친구들 보면 결국 다 자기 비슷한 애들 만나더만요. 이상형은 그냥 상상, 꿈의 남자. 진짜 사랑해서 만나는 건 그런 거 필요없는 거 같애. 끌림이나 매력이 중요한거지.

진행=두 분 모두 키 때문에 스트레스 받나요.

도=저는 당연히 받죠. 무지하게 받죠. 그런데 ‘타이니지’로 데뷔하고 나서는 사라졌어요. 비슷한 애들과 다니니까. 연기하는데 불편한 게 있어요. 앉은키 안맞아서. 이렇게 상대 배우와 앉으면 키가 안 맞으니까 뭐 가져와서 깔아라 이런 얘기 나오고 촬영시간 늦춰지고 그럼 민폐 끼치는 것 같고, 불편한 느낌 있고.

양=남자는 27살까지 큰다잖아요. 희망의 끈 아직 놓지 않고 있어요. ㅎㅎ

진행=작은 키가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나요.

양=도움 되죠. 도마는 순발력이 필요한데, 키 큰 사람들은 몸이 조금 늘어져요. 키가 작아서 전 잘 돌아요.

도=우선 희소성이 좀 있는 거 같아요. 왜냐면, 워낙에 다들 늘씬늘씬하시잖아요. 데뷔했을 때도 대기실 돌아다니면 한 번이라도 더 말 걸어주시고. 아무래도 눈에 띄니까. 회사에서도 힐 안 신겨요. ㅎㅎ

진행=앞으로 두 분 모두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어요.

도=저희 타이니지가 6월말에서 7월쯤 컴백해요.

양=아, 그때 우리는 뼈빠지게 훈련하는 중일 거예요. 9월에 아시안게임 있으니까. 여기 빨리 나가고 싶어요. 도희씨는 스케줄에 촬영, 공연, 행사 뭐 이런 것 있을 거 아녜요. 우리는 월간 스케줄에 연습, 연습, 연습. 한번씩은 ‘아,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다’ 그래요. 금요일에 외박 나가는 걸 ‘금박’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없어졌어요. 운동선수는 휴가가 보상인데. ㅎㅎ

도=사생활 같은 게 많이 없으니까. 저희도 똑같아요. ‘아,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다’. 운동선수랑 아이돌 가수들이랑 정말 비슷한 것 같아요. 갇혀 살고, 못하는 거 많고. 사생활 관리가 중요하니까.

양=숙소생활 하면 스토리 많잖아요. 몰래 가방에 술 가져가서 한잔? 몰래 야식 먹고?

도=저희도 몰래 야식은 시켜먹고 그래요. 그런데 뒤처리를 완벽하게 해야 해요. 야식 먹고 들키면 몸무게 바로 재니까.

양=저희도 들킬까봐 뼈 있는 건 안 시켜 먹어요. 박스는 접어서 버리고.

도=저희는 정말 귀찮아도 아파트 쓰레기통에 버리고 와야 잘 수 있어요. 저희는 또 뼈 발라 먹는 재미가 있으니까. 뼈 있는 걸로. ㅎㅎ

양=11시 넘어서 컴퓨터 게임 하다 걸리면 벌금 내야 돼요. 5만원. 저는 안 걸렸어요. 아시안게임 할 때 경기장에 놀러오세요. 이번에는 인천에서 하니까.

도=저 영화 개봉하면 보러오세요. ‘은밀한 유혹’. 제목이 아주 은밀하죠? 되게 은밀하죠? 저는 야하게 나올까요? 영화 개봉하면 확인하시죠.

양=일단 드라마 성공했잖아요. 노래에서도 꼭 컴백 잘 하셔서 좋은 결과 내시길. 영화도 이번에 보러갈게요. 일단 가서 재밌는지, 야한지 한 번 보고. ㅎㅎ

진행=양학선 선수는 세계랭킹 1위잖아요. 조언? 격려?

양=있잖아요. 1등하려고 노력할 때, 사실 저는 그때가 좋아요.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1등 하기 쉬워요. 목표가 있고, 죽기 살기로 끈기있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1등하면 또 내려가기 싫어요. 그래서 부담감 때문에 또 열심히 하게 돼요. 도희씨도 이번에 컴백해서 가요 순위 1등하길 바랍니다. 그래야 TV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으니까.

도=저도 열심히 할게요. 체력 관리 잘 하시고 부상 안 당하게 조심조심. 저도 9월달에 아시안게임 2연패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진행=스포츠경향 창간특집 인터뷰는 전통적으로 ‘세리머니’ 약속을 해요.

양=이번 아시안게임은 음. 머리 묶는 세리머니할게요. 도희씨가 ‘응사’에서 머리 묶고 짠 등장하는 장면이 정말 예뻤어요. 금메달 따면 손으로 이렇게 넘겨서 묶는 동작 세리머니 할게요. 아, 그러려면 왁스 바르고 뛰면 안되겠다.

도=아, 체조 선수를 위한 세리머니니까 1위 하면 다리 한번 찢을까 싶지만, 무대에서 치마를 입어서. ㅎㅎ

양=도희씨는 예쁘니까, 도희씨도 머리 넘기는 걸로 부탁해요.

도=그럼 저도 머리 넘기고 묶는 세리머니로. 윙크도 한 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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