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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월드컵 승부차기 통계의 비밀

홍명보 감독(45)은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한 뒤 두 팔을 벌려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을 4강으로 이끈 마지막 페널티킥 성공 장면과 홍 감독의 해맑은 웃음은 한국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역사가 됐다. 월드컵에서 많은 볼거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살떨리는 승부차기다.

16강 이후 단판 토너먼트에서 승자를 가리는 승부차기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짜릿하다. ‘11m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부터 도입돼 축구 팬의 많은 관심을 모아왔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승부차기로 여러팀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그동안 많은 얘깃 거리를 만들고, 의미있는 통계도 남겼다. 영국 BBC스포츠는 그동안 월드컵에서 나온 승부차기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는데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확인됐다.

사진 = 스포츠경향 D/B

■지고 있는 팀 마지막 키커 성공률은 44%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 대진에서 전·후반 90분, 연장 30분 등 12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른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22번의 승부차기가 펼쳐졌다. 기본적으로 양팀 5명씩의 키커가 차는 승부차기에서 총 204번의 페널티킥(PK)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성공된 골이 144골로 승부차기 PK의 성공률은 70.59%%다. 경기 중에 나오는 일반적인 페널티킥 성공률보다 다소 떨어지는 수치다. 지난 시즌 K리그에서는 69개의 PK가 나왔는데 51골이 성공돼 74%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팀 승패가 직결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승부차기 때 성공률이 심리적 영향 탓에 일반적인 PK보다 떨어졌다.

압박감이 성공률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주는 재미있는 통계가 밝혀졌다. 승리를 확정하는 마지막 키커의 성공률은 93%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앞서 있는 상황에서 팀 승리를 확정짓는 키커는 큰 부담없이 킥을 차게 돼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져 성공률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002년 월드컵 때 홍명보 감독의 마지막 킥이 성공한 것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면 실축할 경우 팀 패배가 확정되는 마지막 키커로 나설 때 성공률은 44%로 급감한다. 꼭 넣어야 한다는 심한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실축의 확률이 그만큼 높았던 것이다.1994년 미국월드컵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슈퍼스타 로베르토 바조가 2-3으로 뒤진 팀의 마지막 키커로 나와 킥을 허공으로 날려버린 게 대표적이다. 당시 ‘말총머리’를 휘날리며 5골을 넣고 이탈리아를 결승까지 이끌었던 바조는 지고 있는 팀의 마지막 키커라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승부차기 달인은 독일

월드컵 승부차기 최강국은 독일이다. 독일은 1982(준결승)·1986(8강전)·1990(8강전)년 월드컵에서 내리 승부차기로 승리했다. 200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8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역대 4번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승률 100%를 자랑한다. 독일은 4차례 승부차기 때 18번의 페널티킥 가운데 17번을 성공하는 경이적인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는 독일에 한 번 패했지만 1990년(8강·준결승)과 1998년(16강) 대회 때 승리를 거둬 3승1패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승부차기가 무서운 나라는 잉글랜드다. 3번의 승부차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탈리아도 1990년(준결승)·1994년(결승전)·1998년(8강전) 대회에서 내리 승부차기에서 패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승부차기로 이겨 그동안의 울분을 보상받았다. 한국도 2002년 월드컵 8강전 때 한 차례 승부차기를 벌여 승리해 승률 100%를 기록중이다. 스위스는 2006년 독일월드컵 16강전에서 우크라이나에 승부차기 0-3으로 패했다. 역대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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