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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길의 리플레이] 박주영 선발보다 조커는 어떨까

갈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이젠 선발이 아닌 조커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느낌이다. 국가대표 골잡이 박주영(29·아스널)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기대했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주영은 지난 3월 그리스와 평가전 때만 해도 한국 축구에 꼭 필요한 카드로 여겨졌다. 동료들과 연계도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화끈한 킬러 본능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소속팀 아스널과 왓퍼드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해 실전 감각이 우려됐지만 월드컵 출전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라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16강 진출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첫 경기에서 득점은커녕 슈팅조차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특유의 순간 스피드가 실종된 것이 아쉽다. 전반 9분 이청용(볼턴)의 침투 패스를 살리지 못한 장면이 나온 이유다. 앞선에서 수비에 가담하는 자세는 칭찬해줄 수 있지만 골잡이의 역할이 수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답답하다.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후반 박주영 선수와 이근호가 선수 교체를 하고 있다. 쿠이아바|서성일 기자 centung@kyunghyang.com

박주영이 선발로 제 몫을 해주지 못한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날 박주영 대신 후반 11분 교체 투입된 이근호(상주)도 색깔은 다르지만 충분히 쓸 만한 카드다. 빠른 발을 살린 수비 교란 능력은 대표팀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상대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CSKA 모스크바)의 실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지만 꼭 필요한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이근호를 먼저 투입해 상대 체력을 소진시킨 뒤 박주영을 조커로 쓴다면 두 선수를 모두 살리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는 장신(1m97) 골잡이 김신욱(울산)도 훌륭한 타개책일 것이다.

공격을 뺀다면 ‘잘했어요’라고 도장을 찍어주고 싶다. 월드컵을 앞두고 우려됐던 수비 조직력이 한층 단단해졌고,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도 성공했다. 촘촘히 좁혀진 공수 간격을 공격 타이밍에 맞춰 조절하는 부분만 신경쓴다면 남은 경기에서 16강 진출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공격적인 수비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알제리전에서 하프라인부터 압박을 높여 공격의 빈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한 가지 더 조언을 남기자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세트피스를 준비했으면 한다. 러시아전 코너킥 상황에서 낮게 깔리는 공격빈도를 늘리는 등 다양성을 넓힌다면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무기인 세트피스가 더욱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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