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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의 아빠 어디야?]예상과 기대 모두 깬 '알제리전 교훈'

스포츠 중계 준비를 하다 보면 해당 경기와 관련한 여러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중계 캐스터 입장에서는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도 데이터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경기의 향방을 예측하는 것도 우리의 일 중 하나이다.

사실, 예감은 나쁠 게 없었다. 알제리는 19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월드컵에서 승리가 없었다. 더구나 이슬람 국가인 알제리는 28일 시작되는 ‘라마단 의식’ 때문에 팀내 불화가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전날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한 알제리 기자는 “일부 독실한 선수들이 라마단을 앞두고 음식을 철저히 가려먹으면서 대표팀 영양 정책을 따르지 않는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그들의 걱정은 우리에게는 기대와 다름없었다.

경기장 분위기도 우리 편인 듯했다. 경기 전, 알제리 관중끼리 난투극을 벌여 자원봉사자들이 말리는 광경도 보였다. 반면 한국 응원단은 알제리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꽤 많아보였다.

알제리전 중계중인 김성주(가운데) MBC 캐스터와 송종국(왼쪽), 안정환(오른쪽) 해설위원.

우리 대표팀은 지난 두 차례 대회에서 아프리카 팀에 강세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는 토고를 이겼고,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나이지리아와 비겼다. 경기가 어렵게 가더라도 적어도 비기기는 할 것으로 생각했다.

중계 중에는 ‘말이 씨라도 될까 싶어’ 전에 없이 입조심도 했다. 알제리전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이 조별리그 2차전에 약세를 보인 데이터가 여러 곳에서 소개됐다. 8번의 승부에서 4무4패를 했는데 악영향이라도 미칠까 싶어 입에 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전반에만 세 골을 내줬다. 어떤 각도의 예상으로도 떠올리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중계를 마친 뒤 국제방송센터(IBC)가 있는 리우데자네이루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기가 열린 포르투알레그리 하늘 위로 날아오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복기해보면 알제리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대단한 지략가였다.

러시아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경기 당일까지 “난 선수 이름을 잘 모른다. 굳이 알 필요가 있느냐”며 한국팀을 무시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과 달리 할릴호치지 감독은 “한국은 항상 두려운 존재다. 우리는 한국 공격이 무섭다”고 했다. 알제리 감독은 뒤로는 치밀하게 한국전을 준비했다. 벨기에전에 나서지 않은 선수를 ‘한국전 특화 카드’로 준비하며 우리를 꺾기 위해 쏟아부은 흔적이 여러 군데 보였다.

아쉬움 속에 또 다른 기대가 생기는 것은 다음 상대가 벨기에라는 데 있다. 벨기에는 H조의 최강팀이지만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최강 전력으로 나오지 않을 게 확실하다. 조 1위가 유력한 상황에서 주전선수들의 경고 관리와 컨디션 조절에 더욱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여러 경기를 보다 보니 월드컵 본선팀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 그만큼 정신력과 분위기가 중요하다. 알제리전에서 우리 대표팀의 전·후반 경기력 차이가 컸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벨기에가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이 없다면 우리 대표팀에 기회가 많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2-0 이상의 승리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일단은 끝까지 전력을 쏟아부어봐야 한다. 월드컵 축구 또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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