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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의 아빠 어디야?]브라질, ‘러시아전’보다 ‘알제리전’에 열광한 까닭은

그러고 보면 축구의 심장부를 제대로 찾아다닌 것 같다.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본선무대 중계석에 앉아 있다. 독일과 브라질, 두 팀은 유럽과 남미 축구를 대표하는 세계 축구의 ‘투톱’으로 통한다. 24일 브라질의 월드컵 통산 100번째 경기를 중계하면서 두 국가의 월드컵 이력을 다시 한번 되짚었다.

브라질은 100호 기념 경기를 펼치듯 카메룬을 4-1로 대파했다. 사실 100번째 경기는 독일이 며칠 앞서 치렀다. 독일은 지난 17일 G조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4-0으로 꺾으면서 100번째 경기를 채웠다.

브라질은 월드컵 통산 217골을 넣었고, 독일은 212골을 작성했다. 브라질의 호나우두와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통산 15골로 월드컵 개인 최다득점 공동 1위다.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두 나라는 멋진 라이벌 구도로 마주 선다.

한국의 조별리그 2차전인 알제리전을 하루 앞두고 경기가 열린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송종국(왼쪽) 안정환(오른쪽) 해설위원과 사진 한장을 남겼다.

그런데 세계 축구를 끌어온 두 ‘명가’가 축구에서 찾는 가치는 꽤 다른 것 같다.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인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을 중계한 뒤 이곳 사람들로부터 뜻밖의 평가를 들었다. 브라질 사람들은 한국이 1-1로 비긴 러시아전보다 2-4로 패한 알제리전에 더욱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러시아전을 치른 한국 대표팀을 두고는 “너무 여성스럽게 축구를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들은 경기 내용도 흥미롭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전에 박수를 보냈던 우리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각도의 시선이었다.

알제리전을 두고는 반대로 “화끈한 축구를 했다”고 칭찬하는 목소리가 꽤 있었다. 일방적으로 몰린 전반전만 보면 한국 입장에서 졸전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맹공을 퍼부은 후반전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난타전을 벌인 전체 경기 내용은 흥미만점이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브라질과 독일 축구의 차이구나, 하는 생각이 곁들여졌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축구는 골을 넣는 것이다. 이들이 승부 못지않게 공격적으로 주고받는 축구를 펼쳤는지, 그 내용에 비중을 두고 점수를 주는 것과 달리 독일에서는 ‘지키는 축구’에 포커스를 맞춰놓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다. 독일은 이기는 축구와 실리 축구에 무게를 둔다. 독일은 그 힘으로 월드컵에서도 거의 매번 4강 문턱을 넘어섰다. 적어도 지지 않는 축구를 하는 덕분이다.

브라질이 월드컵 통산 우승도 5차례나 했지만 앞선 두 차례 대회 연속 8강에서 좌절한 것도 납득할 만하다. 공격에 힘을 쏟는 만큼 수비에서는 그만큼의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가 축구로 맞붙을 때 ‘남미의 창’과 ‘유럽의 방패’ 대결로 자주 요약한다.

브라질과 독일. 두 팀이 순항한다면 4강에서 맞붙는다. 남미와 유럽의 대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빅카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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