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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의 아빠 어디야?]“아시아축구, 이게 웬일입니까?”

1980~1990년대 월드컵 중계를 보면서 당시 캐스터 선배들의 목소리로 툭하면 들었던 멘트가 있다,

“이게 웬일입니까?” “아, 클리스만…. 아…, 또 들어갑니다.”

사실 그런 류의 멘트들은 내 것이 아닌 줄만 알았다.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부터 중계석에 앉은 뒤로는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한국축구가 참패하는 광경을 중계석에서 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기억 속에 잠들어있던 멘트들이 살아나왔다. 지난 23일 알제리전에서 전반에 3골을 내리 내줄 때는 나도 모르게 “이게 웬일입니까” 같은 말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25일 일본-콜롬비아전을 중계하면서도 비슷한 경기를 봤다. 일본은 1-4로 패하며 16강행이 무산됐다. 더구나 16강행이 이미 확정된 콜롬비아는 3명을 제외하고 벤치멤버로 나선 경기였다. 일본은 이래저래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이날까지 남미 팀들이 조별리그에서 12승1무3패를 선전한 것과 달리 아시아 팀들은 3무7패로 부진했다. 아시아팀들이 퇴보한건지 다른 대륙팀들이 발전한건지, 의문이 따랐다.

안정환 해설위원이 오카다 다케시 전 일본대표팀 감독과 인사를 하고 있다. 김성주 캐스터 제공

지난 알제리전을 앞두고는 일본 NHK 해설위원으로 이곳을 찾은 오카다 다케시 전 일본 대표팀 감독과 담소할 기회가 있었다. 중국 항저우의 지휘봉을 쥐고 있는 오카다 감독은 안정환 해설위원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뛸 때 사령탑이기도 했다. 안 위원과도 양국 축구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오카다 감독은 당시만 해도 한국축구를 두고 “한국은 언제나 승부에 강하다. 선수들이 학생 때부터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 있다”며 한국선수들 밑바탕에 깔린 투지를 칭찬했다. 반대로 일본선수들을 두고는 정신력을 걱정했다. 그런데 한국 또한 오카다 감독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냈다.

오카다 감독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와 만나 대화를 하면서 아시아 축구를 다시 한번 조명하게 된다. 그 중 여러 사람의 시각이 한데 모아지는 것이 하나 있다. 아시아 축구가 세계로 나가면서 본연의 강점을 알게 모르게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의 여러 선수들이 유럽의 큰 무대로 진출했다. 출전 선수의 소속팀만 보면 과거 월드컵에 비해 분명 화려해졌다. 브랜드로는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하게 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오산의 여지가 많다.

많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떠났지만 그곳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많지 않다. 뛰는 무대의 크기만으로 선수와 그 선수들이 모인 팀의 전력을 단순 평가하기에는 함정이 많다는 것이다.

그 사이 아시아 축구, 그 중에서도 한국이나 일본축구 하면 떠올랐던 강인한 투지와 정신력은 조금은 퇴색한 것 같다. 본연의 강점을 지키는 가운데 해외 진출을 통한 견문 확대와 기술 습득을 이뤄야 아시아 축구의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축구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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