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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정우성, 겉과 속이 같은 배우

180㎝가 훌쩍 넘는 장신에 나무랄 데 없는 이목구비의 조화를 가진, 배우 정우성(41)이다. 그는 20년전 데뷔한 이래 한결같이 톱스타 자리를 유지해왔다. 심은하·고소영·손예진·전지현·김태희 같이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 여배우들은 그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잘 생긴 외모 덕분에 여성팬들에만 사랑을 받을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다. 남성들은 ‘모든 걸 다 가진 형’ 정우성을 질투하는 대신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 덕분일까. 신작 <신의 한 수>는 2억 달러(약 20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와 동등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정우성을 만나, ‘신화의 비결’을 살펴봤다.

사진 쇼박스미디어플렉스

- <신의 한 수>에서 내기 바둑판에서 형을 잃고 복수에 나서는 프로 바둑기사 태석을 맡았다. 영화 찍기 전에는 바둑을 전혀 몰랐다고.

“바둑을 모르기 때문에 더 매력을 느꼈다. 바둑이라는 아이템은 액션 영화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액션도 장르의 특성에 파묻혀서 재생산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 바둑은 액션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줬다. 멜로 영화에선 키스신이 빠지지 않는데, 스토리를 어떻게 새롭게 보여주냐에 따라 역사에 남는 키스신이 탄생하지 않나. 바둑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 바둑을 어떻게 공부하고, 영화를 준비했나.

“바둑에서는 착수가 배구의 서브, 복싱의 잽 같은 기본이란 말을 들었다. 주머니에 바둑돌을 가지고 다니면서 착수를 공부했다. <신의 한 수>는 바둑의 어려운 정신세계를 담지 않고, 오락 영화로 편하게 풀어냈다. 영화는 액션 히어로 탄생 비화부터 시작된다. 태석은 도장깨기, 바둑 등의 미션을 단계적으로 제거해간다. 마치 게임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가 나와 묘수로서 작용한다.”

- 이전 작품에서의 액션과 어떻게 차별점을 뒀나.

“거칠어 보였으면 했다. 요즘 액션 영화는 수기에 집중하고 프레임을 잘라 멋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신의 한 수>는 리얼한 액션이었으면 했다.”

- 40대인데 체력적으로 액션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남자는 40대가 가장 힘이 좋은 것 같다. 20대는 성장하고, 30대에는 그 에너지가 자리 잡는 시기다. 40대는 축적된 에너지를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나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이후 (한국영화)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충족시키고 싶은 갈증이 강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 올해가 데뷔 20주년인데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단편 영화 <킬러 앞에 노인>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나를 잊지 말아요>의 제작도 맡고 있다.

“중심은 배우지만, 큰 영역에서 연출이나 제작도 배우와 같은 영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장에서 영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래서 연기든 연출이든 하나의 판으로 보였다. 현장에서는 직감적으로 많은 걸 취득했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영화인이고 싶다.”

- 그럼 점에서 상반기 한국 영화 부진이 더 안타까웠겠다.

“현장에서 타협하면 안된다. 시간에 쫓기면 그냥 넘어가기도 하는데,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한다. 하려고 했던 것, 본질에 대한 고민을 절대 놓치면 안된다.”

- 배급사의 힘이 막강해지니까 현장이 더 어려워 진 것 아닐까.

“개인 돈으로 영화를 찍지 않는 한 자본에 대한 책임은 현장이 져야 한다. 자본의 입김과 소통해서 어떻게 시스템 만드느냐의 문제다. (거대 자본이 없던) 예전에는 방만한 부분도 있었다. 스태프들을 ‘통계약’ 하니까 1년씩 한 작품에만 매여있었다. 경험없는 스태프가 현장에서 일을 배우느라 누수되는 시간도 길었다.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체계화되고, 프러덕션 기간이 압축됐다. 제작사도 어느 정도의 통증은 감내해야 한다고 본다.”

정우성은 영화 제작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본의 간섭을 나쁘다고만 말하지 않았다. 입장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의 한 수> 2편이 만들어진다면 전편의 장점을 이어가야 하고 과유불급하면 안된다는 쓴소리도 했다. 영화 속과 밖, 배우 정우성과 인간 정우성이 상통하는 듯 보였다. 그는 정우성의 ‘신의 한 수’는 뭐냐는 질문에 “신의 한 수는 없다. 다들 한 수를 바라는데 한 수는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한 수”라고 말했다. 정우성이 말한 ‘신의 한 수’는 영화의 <신의 한 수>의 태석이 얻은 교훈과도 상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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