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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박항서 “홍명보 평가, 빛과 그림자 냉정히 봐야”

상주 상무 박항서 감독(55)은 브라질월드컵을 누구보다 큰 기대감을 안고 지켜봤다. 애제자 이근호의 활약과 절친한 후배인 홍명보 감독의 월드컵 도전은 그에게 큰 관심거리였다. 박 감독은 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에 앞서 브라질월드컵을 화두로 얘기를 꺼냈다.

박 감독은 “근호가 월드컵 가기 전에 골에 도전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진짜 골을 넣어 흐뭇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전지훈련 중이었는데 부대가 완전히 뒤집혔다더라. 상주시도 분위기가 크게 올라갔다고 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 감독은 이날 월드컵 피로가 남아 있는 이근호에게 휴식을 주고 9일 부산과의 홈 경기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사복을 입고 경기장에 온 이근호는 “쉬는 기간 가족·지인들과 시간을 잘 보냈다”며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어 홍 감독과 관련한 얘기를 꺼낼 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는 “사실 대표팀 감독 맡을 때 개인적으로는 2018년에 하는게 낫다고 조언했다”면서 “월드컵 1년을 남기고 팀을 맡아 제대로 성적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짧은 준비 기간 때문에 홍 감독이 잘 아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뽑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주영 등의 기용으로 ‘의리 논란’이 크게 불거진 데 대해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이 의리만으로 선수를 기용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쨌든 홍 감독이 믿을 수밖에 없는 카드라고 생각한 박주영이 부진했으니 실패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해외파에 대한 의존이 컸는데 그들이 기대치를 밑돌았던 점과 팀의 구심점이 없던 게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홍 감독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냉정하게 빛과 그림자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런던올림픽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월드컵에서는 짧은 기간에 대표팀을 맡아 실패도 맛봤다”면서 “이제 아시안컵에서 홍명보의 진가를 보고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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