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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볼 PM 6:29] “별일 없죠?” 류중일의 ‘가화만三星’

삼성 류중일 감독이 대구구장 홈팀 더그아웃에 일종의 가훈 같은 ‘팀훈’을 걸어놓는다면 그것은 ‘가화만사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

류 감독은 선수들의 가정생활에 유달리 더 신경을 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정이 편안해야 밖에 나와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꽤 고전적인 시각 같지만, 류 감독은 코치와 감독으로 여러 선수들을 겪으며 그 상관관계를 가까이서 봐왔다.

류 감독은 요즘 한 외국인 여성의 인사가 반갑다. 그녀는 한국말로 “별일 없으시죠?”라며 환하게 웃는다.

그녀는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의 아내 애나다. 애나는 밴덴헐크가 지난해 처음 삼성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약혼녀 신분으로 국내 야구장을 찾았지만 이제는 평생의 반려자로 함께 하고 있다.

삼성 외국인선수 밴덴헐크와 그의 아내 애나. 삼성 라이온즈 제공

애나는 대구를 베이스캠프로 밴덴헐크가 서울 경기를 벌일 때면 원정 응원도 다니고 있다. 동대구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뒤 택시로 잠실 또는 목동까지 달려가는 여정이다. 류 감독과 마주치는 일도 잦다.

류 감독은 애나와 인사할 때마다 흐뭇하다. 밴덴헐크가 따뜻한 가정을 기반으로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밴덴헐크는 이미 9승(2패)을 거뒀다. 지난해 따낸 7승(9패)을 일찌감치 지나 올해는 15승 점령이 유력시된다. 류 감독은 “헐크가 포수뿐 아니라 포수 뒤에서 응원하는 아내를 보고 공을 던지는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잘 던지나”라며 마음 든든해했다.

류 감독이 야구장에서 또 하나 자주 듣는 말은 외국인 선수 나바로가 툭하면 하는 “인사 안하나?”다.

나바로는 1987년생으로 외국인 선수 중에서 특히 더 어리다. 김정수 매니저는 올 시즌 들어 나바로를 볼 때마다 “인사 안하나”라며 거듭 말을 걸었는데 그 말을 통해 나바로는 한국의 프로야구 팀 문화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자신보다 어린 선수를 만나면 반대로 “인사 안하나”라며 슬쩍 핀잔을 준다. 경어로 ‘안녕하세요’와 ‘안녕’의 차이를 이해하고부터는 선배나 코치들에게 ‘안녕’이라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나바로의 활약도 뿌리는 가정에 있다. 나바로는 미혼이다. 그 대신 어머니와 여자친구가 한국에 와 있다. 그 때문인지 경기가 조금 일찍 끝나거나 우천으로 취소된 날에도 나바로와 식사 한번 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바로의 대답은 “집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정통 도미니카공화국 스타일로 밥상을 차리는 어머니의 ‘손맛’을 좋아한다. 생활의 넉넉함으로 도미니카의 향이 나는 음식을 다른 도미니카 출신 외국인 선수에게 선물하며 인심을 쓸 정도다.

용병 뿐 아니다. 1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이 거의 하나도 빠짐없이 제 몫을 한다. 7일에는 1군 엔트리에서 왼손투수 이수민을 뺐다. 엔트리에서 빠져있다가 8일 1군 무대에 오르는 마틴 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류 감독은 “못해서 빼는 것이 아니라 더 힘들다”고 했다. 누구라도 ‘행복한 고민’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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