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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손이 떨리고 서 있지 못할 때도, 연기를 하고 싶다”

“조윤 역할을 맡겠다고 할 때 주변에서 다 반대했죠. 상대역인 도치(하정우)가 그렇게 좋은데 왜 조윤을 하냐고요. 하지만 전 조윤에 매력을 느꼈고, 잘 할 자신도 있었어요.”

배우 강동원(33)이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23일 개봉)에서 맡은 조윤은 악랄한 수법으로 민초들의 고혈을 빼먹는 ‘공적’이다. 무릇 미움과 공분을 자아내야하는 것이 악역이지만 강동원의 연기가 더해진 조윤은 무술 실력과 외모, 그리고 서자라는 설움이 더해지며 동정심을 이끌어낸다. 다른 배역을 압도하며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장르냐, 사극이냐 현대극이냐, 원톱이냐 투톱이냐 같은 문제는 신경 안쓴다”고 말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액션이다. 액션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내 임무라 생각했다. 일대다수로 싸울 때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려면 실제 액션을 잘하는 수밖에 없다. 카메라 기교로 한계가 있다. 처음부터 검의 달인으로 보여지는 게 목표였다.”

- <형사 Duelist>(2005)에서도 칼을 쓰는 검객으로 나왔는데 차별화된 지점은

“<형사>에선 ‘검’이었고 이번엔 ‘도’라 할 수 있다. 사실 <형사> 때는 검 연습을 하나도 안했고, 현대 무용에 몰두했다. 현대무용은 우아하고 힘있게 보이는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엔 힘있고 빠른 검 액션에 집중했다. 과거에는 찜찜함이 있는, 수동적인 악역을 했다. <형사>에서도 살수 역할을 맡았지만, 미안해하는 죄책감이 있다. <초능력자>도 조용히 살아가려 하는데 어쩌다 보니 사람들을 죽이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돈을 벌어서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는 욕심이 있는, 능동적인 악역이라는 점이 다르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의 한 장면

- 중반까지는 ‘조윤’에 빠져들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유는.

“워낙 오래간만에 카메라 앞에 서니까 적응이 안돼 목이 뻣뻣해졌다. 데뷔 초에 느꼈던 건데 오래간만에 다시 느꼈다. 카메라 안에서 많이 자유로워지고, 사람답데 연기할 만 하구나 싶을 때쯤 군대에 갔다. 돌아오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더라. 내가 호흡이 안 돌아와있다는 걸 자각한 순간부터 확실히 좀 편해졌다.”

-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했으니 연기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어떤 연기를 지향하나.

“좋은 상상력으로 연기를 하겠다는 게 나름의 철학이다. 경험보단 상상이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 예를 들면, 살인마를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상상이 가장 중요하다. 보여지는 이미지들에 대한 상상, 경험에 대한 상상이 포함돼 있다. 흔히 진심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진심으로 안하는 사람이 어딨나. 진심으로 해도 카메라가 진심을 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내 진심보다는 스크린에서 보이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군도: 민란의 시대>로 새로운 단계를 맞은 듯 보인다.

“30대로서 첫 작품이니 제2의 서막이 열렸다는 느낌이다. 20대 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니 30대를 최대한 누리면서,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20대때는 어려보여서 못한 역할이 있다. 개인적으론 30대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라고 본다.”

어떤 장르든, 어떤 배역이든 상관없다는 강동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지속가능한 연기였다.

그는 “지금 연애하고 있냐”는 질문에 “있어도 없고 없어도 있다”고 답했다. “그런 걸로 거짓말 하는 것도, 진실을 말하는 것도 싫다. 배우가 사적인 이미지 때문에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동원은 예능프로그램에도 얼굴을 잘 비추지 않는다. 영화를 알리기 위해서 예능에 출연하는 게 좋은 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최대한 이미지를 아껴서 영화에 쓰고 싶다”는 그는 “비슷한 이유로 광고도 꺼리린다”고 덧붙였다. 강동원은 “배우 일을 장기전으로 보기 때문에 갈길이 멀다”며 “70세, 80세까지 계속 연기 하고 싶다. 손이 떨리고 서 있지도 못할 때도, 그때도 연기를 하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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