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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 “AG 금메달 목에 걸고 유럽가겠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국가대표 공격수 김신욱(26·울산)이 요즘 복잡하던 머리 속을 정리했다. 그는 브라질월드컵에서 맛본 세계 축구에 도전할 기회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그를 둘러싸고 나도는 숱한 이적설이 단순히 ‘설’에 그치지 않는 터라 고민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지난 19일 창원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난 김신욱은 “마음을 정했다. 유럽을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지만 올 여름은 아니다. 겨울에 떠나겠다”고 말했다.

흔히 유럽은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여름에 선수 보강을 마친다. 겨울에는 소수의 즉시 전력을 영입하는 게 전부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신욱이 여름이 아닌 겨울을 선택한 것은 완벽한 성공을 위해서다.

프로축구 울산 골잡이 김신욱이 지난 19일 창원에서 자신이 꿈꾸는 축구 전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원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김신욱은 “당장 유럽으로 떠난다면 기쁘겠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유럽에서 잠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박)지성 형이나 (이)영표 형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각오로 떠나야 성공한다. 그래야 4년 뒤 러시아월드컵에서 내 몫을 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응원만 했지만 러시아에서는 내가 골을 넣어 국민들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9월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병역 특례 혜택을 받고 유럽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김신욱은 23세 이하로 제한되는 아시안게임 대표 소집 대상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유력한 와일드카드 후보로 꼽힌다. 김신욱은 “사실 내가 와일드카드로 뽑힌다는 보장은 없다. 뽑아주시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뿐”이라며 “(손)흥민이나 다른 선수들과도 아시안게임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눴다. 내가 아시아 무대에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욕심을 넘어 한국 축구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꼭 우승해야 하는 대회”라고 말했다.

김신욱이 아시안게임 출전을 꿈꾸는 것은 소속팀 울산 조민국 감독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캘린더에서 빠진 대회라 강제 차출이 불가능하지만 조 감독이 직접 나서 출전을 약속했다. 조 감독은 최근 김신욱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산과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양동현을 데려오기도 했다. 조 감독은 “신욱이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유럽 어느 팀에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신욱은 “감독님이 믿어주시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사실 월드컵을 경험해보니 K리그에서 뛰어도 유럽 선수들과 맞설 수는 있다. 근호 형이 골을 넣은 게 그 증거”라며 “그러나 그 선수들을 압도하려면 유럽에서 뛰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욱이 군 문제만 해결한다면 그를 데려가겠다는 팀은 즐비하다. 세계 축구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독일 분데스리가의 헤르타 베를린, 프랑크푸르크, 슈투트가르트 등이 그에게 직접 이적을 제안했다. 포르투갈의 벤피카, 프랑스의 리옹 등은 지금도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김신욱은 “스코틀랜드 셀틱에선 군 문제로 지금 이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자 자신들이 해결해주겠다며 접근했다. 그러나 내가 당당히 해결하고 떠나겠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여름 이적시장을 포기한 자신의 선택이 ‘금메달 성공’으로 끝날 가능성이 40% 안팎이라고 내다봤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아시안컵 출전 등 아시아 무대 경험이 풍부하고,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에 승부를 걸었다. 김신욱은 “우승 가능성이 40%라면 실패할 가능성은 60%라는 얘기”라며 “그 땐 이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빨리 군대를 다녀온 뒤 유럽에 도전하거나, 잠깐 임대라도 나갔다 오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신욱은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남은 반 년을 잘 보내야 한다고 했다.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을 갈고 닦겠다는 뜻이다. 김신욱은 “월드컵에 다녀온 선수가 그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 팬들에게 미안하다. 월드컵에서 쌓은 자신감을 경기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이적할 팀의 기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공개했다. 핵심은 비전이다. 김신욱은 “나도 어릴 때는 그저 주제 무리뉴 감독에게 반해 첼시에서 뛰고 싶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김신욱이라는 선수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팀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 선수가 활약한 리그였으면 한다고 했다. 김신욱은 “선수라면 누구나 리그 적응의 중요성을 안다”며 “예컨대 독일 분데스리가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한국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어 적응이 수월한 편이다. 반면 이탈리아 세리에A는 (안)정환 형처럼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리그라도 큰 수비수들이 많이 뛰는 곳에서 경험을 쌓는다면 얼마든지 러시아월드컵에서 내 몫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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