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리뷰]웃음기를 뺀 최민식의 이순신전 ‘명량’

웃음기는 뺐다. 영화 <명량>은 유머와 감동 요소를 적절히 시간차로 공격하는 ‘블록버스터 공식’에서 벗어나 128분 내내 진중하게 흘러간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6년이 흐른, 1597년. 이순신(최민식) 장군은 왜군을 상대로 한 해전을 승리로 이끌지만, 대신들의 중상모략과 선조 임금의 가혹한 징벌에 시달린다. 이 틈을 타 왜군은 칠천량에서 조선 수군을 대파하고 해상권을 장악한다. 위기에 빠진 선조는 백의종군 중이던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한다. 이순신은 흩어진 무기와 병사들을 추스려 전라도로 가지만, 상황은 최악이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 버티는 장수들과 도망칠 궁리만 하는 병사들, 낡은 배 12척만 그에게 남아있다.

영화 ‘명량’

<최종병기 활>(2011)의 김한민 감독이 연출한 <명량>은 이순신의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사극 영화다. 영화는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부임한 이순신이 12척 배로 300여 척 왜선을 물리치는 과정을 담았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순신을 맡은 최민식의 믿음직한 연기력, 화려한 미술, 웅장한 음악이 더해지면서 감정을 증폭시킨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간곡한 상소문,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고 병사들을 다그치는 모습은 이미 잘 알던 내용인데도 마음이 울린다. “이 싸움이 승산이 있오?”라고 묻는 장수에게 아무 답도 못하고, 밤새 고민하는 모습. 아들 앞에서만 겨우 조금 인간적인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외로운 지도자의 상황이 연민을 자아낸다.

관객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순신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대해 제작진의 고민은 깊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한민 감독은 “<난중일기>를 직접 쓰신 분이니 새롭게 해석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명확한 원칙과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 난중일기 속 이순신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61분의 해전에 집중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대로 영화의 핵심은 61분에 이르는 해상 전투 장면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해상 전투가 나오기 전까지 많은 인물들이 얽힌다. 이순신을 얕보는 해적 출신의 용병 구루지마(류승룡)와 한산도 대첩에서 이순신에게 패한 후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와키자카(조진웅)의 대립이 있다. 또 이순신을 따르는 장수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의 관계와 입장도 복잡하게 흘러간다.

류승룡과 조진웅, 왜군 수장 도도를 맡은 김명곤의 대사는 일본어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으나 한국 배우들의 대사를 자막으로 읽어내야 하는 부분은 집중도를 분산시킨다.

해전이 시작되면 다양한 화포를 이용한 조선군과 왜군의 대결, 육박전, 물살과 지형을 이용한 전술 등이 펼쳐진다. 다양한 전술이 묘사된 긴 해전을 두고는 남녀 관객의 반응이 다소 엇갈린다. 30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8분.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