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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AG 출전’ 정성룡이 쥐고 있다?

울산 현대 김승규 | 사진 = 스포츠경향D/B

‘(정)성룡형이 잘해야 할 텐데….’

국가대표 수문장 김승규(23·울산)가 요즘 주문처럼 외울 법한 말이다.

경쟁 상대가 멋진 활약을 하기를 기원한다니 뜬금없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속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오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뽑힐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성룡(29·수원)이 K리그에서 잘 해줘야 김승규가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정성룡이 K리그에서 계속 부진하고 정성룡을 대신해 수원 골문을 지키고 있는 노동건(22)이 잘 한다면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선발을 검토하고 있는 김승규를 아예 뽑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건이 잘 한다면 그에게 아시안게임 주전 골키퍼를 맡기고 김승규를 뽑지 않으면서 아낄 수 있는 와일드카드 한 장을 다른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는 데 쓰겠다는 의미다.

김승규는 현재 만으로 23세다. 그러나 생일이 9월30일이라 아시안게임(9월19일~10월4일) 말미에 24세가 된다. 즉, 한국이 준결승 이상까지 진출하고 김승규가 끝까지 뛴다고 가정한다면 김승규는 와일드카드로 선발돼야 한다. 큰 대회에서는 골키퍼의 경험과 안정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와일드카드를 쓰더라도 골키퍼는 보강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와일드카드가 필요한 포지션은 원톱을 책임질 골잡이와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까지 네 자리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동건이 잘 한다면 3장 뿐인 와일드카드 한장을 굳이 골키퍼에 쓸 이유가 없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계산이다.

김승규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금메달이 걸린 병역 특례 혜택을 받고 싶어한다. 올시즌 16경기에 출전해 14골만 내준 방어력도 정상급이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벨기에전에서도 1실점으로 선방했다.

김승규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성룡이 잘 하면서 노동건의 출전시간이 부족해지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노동건에게 골문을 전담시키는 것이 불안하다고 판단해 와일드카드 김승규를 뽑는 것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전반기 1경기도 뛰지 못했던 노동건은 정성룡 대신 골문을 지킨 지난 5일 경남전과 9일 울산전 2경기에서 2골만을 내줬다. 수원 서정원 감독도 “노동건도 실력이나 컨디션은 정성룡에 못지 않다”고 칭찬했다. 지금처럼 노동건이 잘 해준다면 김승규는 탈락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노동건의 출전시간이 줄어들면서 대표팀 골문이 불안해지기를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딜레마에 빠진 김승규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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