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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류현진도 ‘명’ 뒤에는 ‘암’이 있다

LA 다저스 류현진(27)은 올시즌 슬라이더와 커브로 우뚝 서고 있다. 지난해 체인지업으로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성공했던 류현진은 올 시즌 몰라보게 달라진 슬라이더와 커브를 선보이고 있다.

류현진의 패턴 변화는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미국 야구 전문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의 올해 슬라이더와 커브의 피안타율이 지난해와 무척 다르다. 지난해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2할2푼5리, 커브가 3할7리였는데는 올시즌에는 슬라이더가 2할1푼1리, 커브가 2할6푼8리로 떨어졌다. 구종 가치에서도 지난해 슬라이더와 커브가 각각 0.8, -5.9였던 것에 반해 올시즌에는 1.8, 0.4로 높아졌다.

류현진의 오리지널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류현진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고작 1할6푼4리에 불과했다. 완벽한 결정구였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여전히 체인지업을 직구 다음으로 많이 던지고 있지만, 피안타율이 무려 3할1푼1리나 된다. 지난해 감독들이 뽑은 ‘최고의 체인지업’ 순위에서 내셔널리그 2위에 오를 정도로 인정을 받았던 체인지업이 조금은 가치를 잃었다.

구종가치로도 류현진의 체인지업 위력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류현진의 체인지업 구종가치는 20.1로 28.6을 기록한 해멀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0.7을 기록, 무려 -20.8이나 감소했다.

이처럼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정보 차이로 보인다. 대다수의 메이저리그 팀들은 처음보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상당히 낯설어했다.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언제’, ‘어떻게’ 던지는 것까지는 정보를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한 시즌이 지나고 난 뒤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류현진의 패턴에 오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저항력도 생겼다. 류현진이 시즌 전부터 슬라이더와 커브 연마에 주력했던 것도 체인지업 공략에 대비한 포석이었다.

류현진이 슬라이더와 커브에 신경쓰면서 상대적으로 체인지업 구위를 유지하는 데 준비를 덜 했을 수도 있다. 류현진의 슬라이더처럼 옆으로 변하는 변화구라면, 체인지업은 종으로 변화는 구종이다.투수 입장에서 회전 방향이 다른 두 종의 변화구를 모두 완벽하게 구사하기가 까다로울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체인지업을 가장 잘 던진다는 해멀스의 경우, 데뷔 초창기만 하더라도 전체 구종에서 체인지업 비율을 30%까지 올렸다.

2010년부터 컷패스트볼을 추가하면서 구사 횟수를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20% 이상의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통산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2할1리밖에 안될 정도로 체인지업의 위력을 유지하고 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이전 같지 않은 현상이 일시적으로 끝날지 조금 더 지속될지 판단하기에 아직은 이르다. 단 주무기를 난타당하고도 11승에 3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류현진이 또 한번 진화했다는 증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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