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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연 “비련의 여주인공 그만…푼수데기역 하고파”

배우 진세연은 1994년생, 우리나이로 이제 21살이다. 아직은 사회생활이 낯설고 사랑이 어색한 나이, 보통의 다른 또래들과 다르게 그는 드라마를 통해 나이를 훨씬 앞서간 감정으로 살았다. 그동안 주로 슬픈 사랑을 연기하기도 했지만 유난히 남자주인공을 대신해 목숨을 거는 연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앞서 방송된 드라마 <각시탈> <감격시대>에서는 남자주인공을 대신해 목숨을 잃었고, 최근 종방한 <닥터 이방인>에서도 주인공 박훈(이종석)을 대신해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는 “다른 배역보다 감정의 폭이 컸고,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캐릭터가 한승희였다”며 “솔직히 표현하는 일이 역부족이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감정을 연기했지만 그렇게 하면서도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진세연이 이렇게 비련의 여주인공을 자주 맡았던 이유는 어느샌가 안방극장에서 ‘지고지순한 첫 사랑’의 이미지를 각인돼 왔기 때문이다. 2010년 SBS 미니시리즈 <괜찮아, 아빠딸>로 데뷔한 그는 2011년 <내 딸 꽃님이>의 양꽃님 역을 제외하고는 차분하면서도 단아한 연기를 많이 했다. 가끔 액션과 멜로가 섞였지만 진세연의 이미지는 지금은 기억만으로 남아있는 첫 사랑의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종방한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송재희-한승희 1인 2역을 연기한 배우 진세연.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여자로서는 정말 좋죠. 몇 살 때 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첫 사랑이잖아요. 환상 속에 있는 이미지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극 자체가 공감을 가질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겠죠.”

그는 최근 종방한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송재희와 한승희, 두 인물로 살았다. 송재희는 진세연에게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 그대로다. 참하고, 착하고, 청순하다. 하지만 한승희는 많이 도도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감추고 있다. 그는 이러한 변신이 좋아 <닥터 이방인>을 찍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종방한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송재희-한승희 1인 2역을 연기한 배우 진세연.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저는 재희의 밝은 면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승희는 최대한 차갑고 시크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머리도 자르고 말투도 건조하게 했죠. 하지만 재희를 연기할 때는 굳이 연기를 통해 뭔가 꾸며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20대 초반에 모든 세대가 공감할 만한 첫 사랑의 이미지를 계속 갖는다는 일은 쉽지 않다. 미쓰에이의 수지도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첫 사랑’의 이미지를 얻었지만 이를 유지하는데 드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세연은 3~4년 동안 이러한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많은 드라마 연출가들의 제안을 받았다. 이 와중에 그와 관련돼 곧잘 언급되는 ‘겹치기 출연 논란’이 나왔다.

최근 종방한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송재희-한승희 1인 2역을 연기한 배우 진세연.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감격시대>를 찍다가 <닥터 이방인> 촬영에 참여했다는 기사가 났어요. 사실 방송은 한 달 정도 시간 차이가 있었고, 양 쪽 모두의 동의를 얻고 <닥터 이방인>을 찍기 위해 헝가리에 다녀왔는데 난리가 난 거에요. 어떤 기사에는 마치 제가 촬영장에 오지 않아 <감격시대> 스태프들이 기다렸다는 느낌의 문장도 있더라고요. 그럴 때는 많이 억울해요. 예전 <각시탈>에서 <다섯손가락>에 출연할 때는 <다섯손가락> 주연이 갑자기 바뀌는 상황도 있어서 거푸 출연하게 됐어요.”

어쨌든 진세연은 이러한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많은 작품을 한 배우다. 한 번에 두 세 작품씩 몰아서 하는 스케줄 때문에 올해는 <감격시대>와 <닥터 이방인>으로 벌써 반년을 보냈다. 그는 남은 하반기는 푹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뤄왔던 공부(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중)도 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종방한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송재희-한승희 1인 2역을 연기한 배우 진세연.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빨리 일을 시작해 얻은 것도 많았어요. 하지만 몇 년 준비를 해서 시작한 분들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연기적으로 그런 부분이 제일 아쉬웠죠. 저는 남은 연기생활이 더 많잖아요. 더 많은 시간을 연기를 해야 하니까 남은 한 해는 잘 쉴래요. 여행도 다니고, 공부도 하고 싶어요.”

직접 만난 그는 ‘첫 사랑’ 이미지의 외모는 있었지만 성격은 그 틀에 결코 가둬둘 수 없는 여배우였다. 밝은 모습도 있고, 하고 싶은 일로 ‘분홍색 머리 염색’ ‘한강가서 소리치기’를 꼽을 때는 발랄함도 돋보인다. 지금의 그를 만들어준 것이 단아한 캐릭터였다면 이제는 잠시 작별을 고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최근 종방한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송재희-한승희 1인 2역을 연기한 배우 진세연.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지금까지 했던 역도 좋겠지만 발전된 역을 해보고 싶어요. 아예 다르게 푼수데기? 돈을 막 쓰고 다니는 부잣집 막내딸? 그리고는 스물여덟까지는 학교도 졸업해야죠. 하하.”

최근 종방한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송재희-한승희 1인 2역을 연기한 배우 진세연. 사진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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