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지금 안방극장은 ‘주무기’ 각축장

이준기 ‘영웅담’ 공효진‘ 로맨틱’ 권상우 ‘멜로물’ 등 장점 부각

“잘 하는 연기·잘 알려진 이미지로 승부수…시청률 위험성 분산”

배우 이준기(32)는 스스로가 인정하는 ‘영웅담’ 전문 배우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왕을 빗댄 연기로 민중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시작한 이후 영화 <화려한 휴가>, 드라마 <일지매> <히어로> 등에서 모두 계기와 모습은 다르지만 약자를 대변해 강자에게 저항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런 그가 현재 KBS2 수목극 <조선 총잡이>에서 낮에는 일본인 상인 한조로, 밤에는 민중을 수탈하는 관리를 벌하는 총잡이로 활약 중이다.

배우 장나라(33)도 <학교 2013> 이후 1년 만에 돌아온 안방극장에서 특유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그의 얼굴은 10대 소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어리다. 착하고 여리고 어리숙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는 MBC 수목극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주 방송을 시작한 SBS 새 수목극 <괜찮아, 사랑이야>의 히로인 공효진(34) 역시 마찬가지다. <파스타>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등 드라마로 코미디와 로맨스가 결합한 로맨틱 코미디에 가장 잘 부합하는 여배우로 알려진 그는 노희경 작가, 김규태 PD의 새 작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도 성격만 조금 다를 뿐 극중 주인공 장재열(조인성)과 좌충우돌 로맨스가 부각되는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한다.

KBS2 수목극 ‘조선 총잡이’에서 한조, 박윤강 1인2역 중인 배우 이준기. KBS 제공
SBS 수목극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지해수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 SBS 제공
SBS 월화극 ‘유혹’에서 차석훈 역을 맡은 배우 권상우.
SBS 제공

7월과 8월 안방극장은 그야말로 배우가 가장 잘 하는 연기를 하는 작품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뿐 아니라 케이블채널 등에서도 배우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연기톤을 잡았다. 해적이 된 손예진, 액션배우로 거듭난 이선균, 악역이 된 강동원 등 많은 배우들이 이미지 변신을 하고 있는 스크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다음주 5회가 방송되는 SBS 월화극 <유혹>의 권상우(38)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멜로물로 돌아왔다. 게다가 12년 전 성공을 거뒀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 파트너인 최지우와 함께다. 그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말죽거리 잔혹사> <포화 속으로> 등의 영화에서는 코미디와 액션을 겸비한 배우였지만 안방극장에서는 <천국의 계단> <야왕> <못된 사랑> 등 주로 멜로물에서 성과를 내는 배우였다.

KBS2 월화극 <트로트의 연인> 정은지(21)도 마차가지다. 2012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왈가닥 부산 소녀 역을 잘 살렸던 그는 차분한 멜로물이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문희선 역을 지나 본래의 밝고 쾌활한 모습이 살아난 <트로트의 연인>에서 제 옷을 입은 듯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극중 그는 트로트 가수 지망생 역을 맡아 평소 갈고 닦은 노래 실력도 더불어 전하고 있다. tvN <고교 처세왕>의 서인국 역시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기량을 보여준다.

정은지
장나라

이렇게 배우들이 평소 잘 하는 연기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이미지의 배역을 맡는 이유는 긍정적인 기시감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극적인 내용을 전하면서 다양한 모습의 변신이 비교적 통하는 영화와는 다르게 드라마의 경우에는 파격적인 변신을 하더라도 두 달이 넘는 방송 기간을 거치다보면 평소 이미지와 맞지 않는 연기는 대중의 거부감을 살 우려가 많아진다. 이 때문에 배우들은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 배역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또한 10% 초·중반대에서 살얼음 승부를 벌이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싸움 역시 배우들의 섣부른 변신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파격적인 이미지로 변신했다 자칫 대중의 눈 밖에 날 경우 시청률을 되살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노희경 작가가 특유의 필치에다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가져왔다는 점은 그만큼 대중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반증”이라며 “각 사별로 야심작이라고 평가받는 드라마라면 배우들의 변신도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배우의 장점을 쓰려는 제작진과 자신이 잘 하는 연기를 아는 배우들의 선택이 모여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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