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상처나도 자연 치유” 터미네이터2 닮은 삼성

꽤 오래된 영화 터미네이터2. 적군 로봇으로 나오는 T-1000(로버트 패트릭)은 징그러울 정도의 생명력을 보였다. 유동멀티합금으로 제작된 이 로봇은 총알을 연발로 맞아 몸 곳곳이 패이더라도 잠시 주춤할뿐, 금세 제 모습을 돌아와 다시 추격전에 나섰다. 가슴에 구멍이 나고, 엉덩이 한쪽이 떨어져나가도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데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올시즌 프로야구 삼성은 터미네이터2의 T-1000을 닮았다.

가깝게는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 18일을 전후 해서도 삼성은 깊은 위기 속에 있었다. 전반기 막판 4연패를 떠안은 데다 4번타자 최형우의 장기 공백이 불가피해진 터였다. 갈비뼈 미세 골절 진단을 받은 최형우는 1군 이탈과 함께 적어도 보름 이상 결장을 예고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너무 오래 빠져있으면 안된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뿐 아니었다. 타선에선 또 다른 주포 채태인 또한 두통 증세로 전반기 막판 정상 출전을 못했던 탓에 이래저래 걱정 많은 후반기를 앞두고 있었다.

삼성 선수들이 승리 뒤 기뻐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러나 삼성은 어느새 정상 전력을 되찾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를 따질 틈도 없이 선두 팀다움 페이스를 되찾았다.

삼성은 후반기 들어 롯데와 NC를 상대로 6연승을 거두며 다시 벌떡 일어났다.

후반기 6경기 동안 팀타율 3할2푼8리에 홈런 10방, 55득점. 6번에서 5번으로 전진배치된 이승엽은 후반기 6경기에서 타율 5할2푼2리(23타수 12안타) 4홈런 1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삼성의 자연 치유 능력은 개막 시점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사실, 삼성의 2014시즌은 시작부터 상처가 많았다. 톱타자 배영섭이 군 입대로 전력에서 빠진 데다 주전 포수 진갑용이 오른쪽 팔꿈치 수술 탓에 거의 풀시즌 자리를 비울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백 메우기에 시선이 쏠려있었다.

정규시즌 중반을 일찌감치 지난 지금, 삼성 야수진의 공백은 어느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배영섭 자리는 바다 건너 온 외국인선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말끔히 채웠고, 안방에는 새 얼굴 이흥련이 나타나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위기다 싶으면 어느새 기회를 만들어 달려나간 게 삼성의 올시즌이다. 다른 팀 입장에서는 얄미울 정도로 빈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