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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들, ‘오케스트라 전쟁’

한국 대작 영화의 경쟁은 촬영장 밖에서도 이뤄진다. 특히 촬영된 화면 위로 입혀지는 음악은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와 더해져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내준다. 어떤 음악이냐에 따라 관객들의 몰입도도 달라진다. 지금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음악 경쟁’에 불이 붙었다.

23일 개봉된 윤종빈 감독의 <군도: 민란의 시대>(군도)은 국악을 편곡해서 오케스트라로 변주해 삽입했다. 일반적인 사극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와도 다르고, <군도>가 차용하고 있는 웨스턴 무비에서도 벗어났다. 조영욱 음악감독은 첫 장면에는 타악기로 액션의 리듬감을 넣고, 조윤(강동원)의 악행에는 경쾌한 록음악을 썼다. 백성들의 봉기가 일어날 때는 소프라노 성악가들의 아카펠라 사운드로 군중의 심리를 묘사한다.

<군도>는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영국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47인조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녹음했다. 비틀즈의 명반 <애비 로드>로 유명한 곳이다. 작업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 <호빗> <스타워즈> 시리즈의 음악을 만든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통상 영화 음악 비용의 3배 정도가 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군도>가 영국이라면, <명량>과 <해무>는 체코다. 최민식 주연의 <명량>(30일 개봉)의 음악은 <타워>(2012) <코리아>(2012)의 김태성 음악 감독이 맡았다. 50명의 관악기 파트, 60명의 현악기 파트, 40명의 목관 타악기 파트로 이뤄진 150인조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체코에서 녹음했다. 다음달 13일 개봉되는 <해무>의 음악도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 체코에서는 국내 비용 3분의1 정도로 녹음할 수 있어 가격 대비 효율이 좋고, 대규모 녹음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국내 영화가 많이 찾는 곳이다.

영화 ‘명량’

<명량>에서 음악은 이순신(최민식)의 대사가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여준다. 영화에서 비겁한 장수와 병사들을 이끌고 12척의 배로 300여척의 왜선과 맞서야 하는 이순신의 심리는 음악으로 엿볼 수 있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17~18세기 클래식에서 모티프를 따왔다고 한다.

김 음악감독은 스포츠경향과 전화통화에서 “김한민 감독이 사극이지만 음악에서 한국적 느낌을 배제하고 싶다고 주문했다”며 “어떤 느낌일 지 고민하다 이순신과 동시대에 가까운 17~18세기 클래식의 작곡법을 따라 절제하고 차분하게 누르는 음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관악기 선율은 박진감 넘치게, 또 현악기와 피아노의 유려한 선율은 이순신 장군의 깊은 고뇌를 드러낸다. 이 같은 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순신의 감정을 따라가게 한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단순히 각 장면에 맞는 음악이 아니라 2시간 동안 이어지는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영화 음악으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런 부분이 영화 음악이 가진 힘히다. 코믹 액션 사극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해적)은 베이스·테너 성악가와 국립 창극단원 등이 내는 ‘우우우’ 같은 기합이나 추임새로 흥을 돋운다.

황상준 음악감독은 스포츠경향과 전화통화에서 “<해적>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기 때문에 영화를 더 신나고 재밌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해적>은 고래가 삼킨 조선의 국새를 찾기 위한 해적단과 산적단의 대결을 그린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래는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들어졌다.

황 음악감독은 “고래가 어떻게 만들어 질 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관객들이 고래의 상처를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음악을 만들었다”고 했다. 고래는 가상의 것이지만, 음악을 통해 달궈진 관객들의 감정을 진짜다. 이런 역할이 어떤 음향 효과로도 채울 수 없는 영화 음악 고유의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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