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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AG 금 위해 뛰고 싶다”

마음은 굴뚝 같지만 몇 번 눈치를 봐야했다. 감독과 구단 대변인이 옆에 앉아 있어 마음껏 속내를 내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계속된 질문에 결국 마음속 얘기를 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축구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한 손흥민(22·레버쿠젠)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한 강한 희망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29일 소속팀 레버쿠젠과 FC서울과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입국한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아시안게임 출전 욕심을 밝혔다.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대표팀 공격진의 핵으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은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 유력하다. 이광종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여러 차례 “손흥민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말했다. 성인 대표팀에서 맹활약한 손흥민은 와일드카드를 적용받지 않고 뛸 수 있는 나이에 속해 있다.

레버쿠젠 손흥민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LG전자 초청 바이엘 04 레버쿠젠 코리아투어 2014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상암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러나 문제는 아시안게임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소집 규정을 적용받는 대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광종 감독이 손흥민을 선발한다고 해도 소속팀 레버쿠젠이 차출에 응할 의무는 없다. 아시안게임이 독일 분데스리가 2014~2015시즌 초반에 열려서 차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린다.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을 뛰기 위해서는 구단을 설득해 허락을 얻어야만 한다.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구단이기에 손흥민은 조심스러웠다. 기자회견장에서 몇 차례 아시안게임 출전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손흥민은 답변을 곧바로 하지 못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로저 슈미트 감독과 디르크 메쉬 구단 대변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 “팀에서 허락된 것도 아니고 아직 명단도 발표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차출된다면 경기장 안에서 당연히 100% 힘을 쏟고,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인만큼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이 선수의 자세”라면서 아시안게임 출전을 넘어 금메달 획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흥민의 욕심과 달리 레버쿠젠은 조심스러웠다. 슈미트 감독은 국내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도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감독을 대신해 메쉬 대변인이 “아직 구단에서 구체적인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슈미트 감독과 레버쿠젠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손흥민의 인기가 높고 그의 아시안게임 차출 여부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정작 레버쿠젠 구단에서는 아직 손흥민의 차출 문제를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번 방한을 통해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불거지면서 레버쿠젠도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레버쿠젠도 끝까지 차출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의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 이로 인해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된다면 향후 팀에 더 집중하게 되고 이적시장에서도 가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조만간 레버쿠젠 구단에 공식 차출 협조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협회는 여러 경로를 통해 구단과 긴밀히 협의해 차출을 성사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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