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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도 ‘쿨링 브레이크’…“선수들이 너무 좋아해요”

지난 24일 전남 강진군 하멜구장에서 열린 제47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경기신갈고와 서울보인고의 경기후반도중 선수들이 오토타임을 맞아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 = 강진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땀방울이 앳된 얼굴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린다. 태양이 하늘 높이 솟구친 낮 12시, 주심이 짧게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킨다. 허리를 숙인 채 헉헉대는 고교 선수들은 코칭스태프가 던져주는 물통을 들고 벌컥벌컥 물을 마신다. 감로수 같은 시간은 2분 만에 끝났지만 갈증을 달랜 선수들은 다시 한 번 힘을 낸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통령금배 고교축구대회에서 올해 처음 도입돼 매 경기 두 번씩 2분간 시행되는 ‘쿨링 브레이크’ 장면이다.

“선수들 얼굴이 많이 살아났죠? 브라질월드컵을 유심히 살펴보다 도입한 제도인데, 참 잘한 것 같아요.”

대한축구협회 경기국 배성언 팀장은 쿨링 브레이크 효과를 실감하며 활짝 웃었다. 쿨링 브레이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제도다. 경기장 기온이 32도를 넘으면 전·후반 25분이 경과된 시점에 선수들에게 물을 마실 시간을 주는 것이다.

국내에선 경기 흐름이 끊긴다는 이유로 꺼려왔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 열리는 대회에서 선수들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크다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대통령금배를 주관한 강진군은 경기마다 대형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물을 가득 채워 놓는다. 강진군 스포츠산업단 김영현 체육경영팀장은 “적잖은 비용과 품이 들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장도 쿨링 브레이크 도입을 반기고 있다. 보인고 심덕보 감독은 “무더운 날씨에는 20분만 뛰어도 물을 찾는다”며 “지금껏 경기 중에 물을 마실 수 없어 힘들어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병섭 심판감독관은 “축구는 격렬한 운동이다. 무더위 속에 뛰면 수분이 부족해지고 충격에 약해진다”면서 “부상이나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경기당 4분 가까이 지연되는 것을 감수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서울제이에스병원)도 “브라질월드컵에서 쿨링 브레이크로 탈수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며 “아직 성인이 아닌 고교 선수들은 더욱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쿨링 브레이크 효과는 탈수 예방이 전부가 아니다. 여름철 경기 속에 우려되는 심장마비나 열사병도 예방할 수 있다.

쏠쏠한 부가 효과도 있다. 지도자들은 쿨링 브레이크를 마치 농구의 작전타임처럼 활용하며 원포인트로 전술을 지시하고 있다. 네덜란드 대표팀 루이스 판할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쿨링 브레이크를 잘 활용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사례를 떠올릴 만하다. 대통령금배에 첫 출전해 16강 진출 꿈을 이룬 강진FC 최대식 감독은 “아이들이 한곳에 모여 물을 마실 때 한마디 해주는 게 큰 효과를 본다. 아이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전술적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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