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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하준호 “10번을 나를 위한 번호로 만들겠다”

롯데에서 등번호 10번의 무게감은 크다. 현재 일본 소프트뱅크의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대호의 등번호였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이후에 10번을 단 선수들은 팀을 떠났다. 2013년 신인으로 롯데의 선택을 받은 송창현은 선수 등록도 되기 전에 장성호와 트레이드돼 한화로 이적했다. 이어 10번을 선택한 외국인 투수 스캇 리치몬드는 부상으로 스프링캠프 도중 팀을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10번의 주인공은 하준호(25·롯데)가 됐다.

롯데 하준호. 롯데 자이언츠 제공

2008년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아 롯데 유니폼을 입은 하준호는 경남고 시절 3번 타순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타격에도 재능이 있었지만 투수를 선택했다. 그러나 2009년과 2010년 25경기에 나서는데 그쳤고 군복무를 택했다. 올해 제대 후 팀에 복귀하면서 결국 외야수 전향을 선언했다.

지난 27~28일은 ‘외야수’ 하준호의 활약이 빛났던 경기였다. 지난 27일 올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하준호는 손아섭이 부상으로 빠진 우익수 자리를 채웠다. 27일 경기에서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28일에는 프로 데뷔 첫 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준호는 29일 사직 두산전을 앞두고 “야무진 모습을 보이려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말 제대한 하준호는 8월 초부터 야수 준비를 해왔다. 롯데 윤동배 상동야구장 소장이 하준호에게 타자 전향을 권유했다. 제대 후에는 군 복무 기간 동안 10㎏넘게 찐 살을 빼면서 야수 전향 과정에 돌입했다.

하준호는 올시즌 퓨처스리그 48경기에서 147타수 31안타 2홈런 타율 2할1푼1리의 기록을 냈는데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구안이 좋고 배트 스윙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로 1군에 오게 됐다.

하준호는 “오히려 긴장감이 없었다”며 “퓨처스리그에서는 주로 1~2번에서 뛰었는데 그때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에 더 부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등번호 10번을 단 이유는 딱히 없었다. 하준호는 “퓨처스 김민호 타격코치가 ‘달아라’는 말에 달았다”고 설명했다. 주위의 우려섞인 시선이 있었다. 하준호는 “트레이드 된다, 팀에서 잘린다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며 “하다보니 나를 위한 번호인 것 같다”고 했다.

1군에 올라온 이상 타자로서 두각을 드러내고픈 마음이 크다. 하준호는 “이제 10번 유니폼에 내 이름이 새겨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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