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심판합의판정, 양상문 감독의 또다른 활용법

후반기 들어 시작된 심판 합의 판정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는 오로지 ‘요청권자’인 감독의 몫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30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전날 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양 감독은 29일 삼성전에서 3-0으로 앞서던 3회말 1사 2·3루 삼성 3번 채태인이 내야 안타로 1루에서 세이프 되자 곧바로 그라운드로 걸어나가 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채태인은 상당히 여유있게 세이프 됐다. 판정이 번복되지 않으면서 LG는 두번째 기회를 잃었다.

사실 양 감독의 요청 의도는 판정 번복이 아닌 다른 데 있었다.

양 감독은 “누가 봐도 당연히 세이프인 상황이었다. 나도 세이프라고 생각하면서 요청했다”며 “흐름을 끊기 위해서 나간 것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양 감독은 “우리가 앞서고 있는 상태에서 삼성이 김상수, 나바로 연속 안타를 치고 희생번트로 2·3루를 만든 뒤에 채태인 내야안타까지 나와 1점을 줬다. 삼성은 흐름을 타면 한 번에 많은 점수를 낼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전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채태인의 내야안타로 3루주자 김상수에게 홈을 허용한 LG는 이 상황 이후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주는 것으로 3회를 마무리했다. 4회에 1점을 주면서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 역전을 거듭한 끝에 승리를 거뒀지만, 양 감독의 계획대로 해당 이닝에서 대량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삼성의 공격 흐름을 끊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심판 합의 판정 요청 여부는 전적으로 감독의 판단에 달려있다. 감독의 판단을 돕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확실하게 사인을 내줘야 하는 것은 선수의 몫이지만 감독은 여러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요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양 감독은 애초에 과감하고 신속하게 요청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처음으로 합의 판정을 요청한 24일 KIA전에서도 스나이더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돼 억울하다는 동작을 취하자 지체하지 않고 걸어나가 합의 판정을 요청했다. 당시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합의 판정 요청권은 어차피 9개 팀 감독들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양 감독처럼 또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심판 합의 판정은 후반기 순위싸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분명해보인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