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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자’ 류중일vs‘이긴자’ 양상문, 두 감독의 대화

“막으라고 내보냈더니 다 맞더라고.”(삼성 류중일 감독)

“우리는 1점 주고 내려오면 잘 했다고 하는데….”(LG 양상문 감독)

삼성-LG전이 열린 30일 대구구장. 삼성 류중일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 사이에 ‘자학 대결’이 벌어졌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이 30일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만나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던 삼성 류중일 감독 곁으로 LG 양상문 감독이 찾아오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인사를 나눈 뒤 류 감독은 “우리는 진 게 아니라 안 이긴 겁니다. 안 이긴 거라고”라며 껄껄 웃었다.

삼성은 전날 LG에 6-7로 졌다. 후반기 개막 후 6연승을 달리다 처음으로 졌다. LG가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를 비롯해 포수 최경철, 1루수 정성훈 등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치른 경기였다. 류 감독의 ‘안 이긴 것’이라는 말은 워낙 상승세를 타고 있던 삼성이 팀 사정 상 주전 일부를 제외하고 경기한 LG를 잡지 못한 데 대한 ‘자책’의 뜻이었다. 류 감독은 “LG가 차·포·마를 다 떼고 했는데도 우리가 졌다”며 아쉬워했다.

양 감독이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많이 가졌지 않느냐. 우리는 1승 했을 뿐이다”라고 말하자 류 감독은 “원래 가진 사람이 더 안 쓰는 법입니다”라며 웃었다.

삼성은 이번 시즌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29일까지 2위 넥센에 5경기 차 앞서 충분히 여유가 있다. LG에게 한 경기 졌다고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최강 불펜을 내고도 경기 후반 1점 차로 져 매우 아쉬운 경기였다. 특히 최강 셋업맨 안지만이 등판한 8회 3연속 안타를 맞고 결승점을 내줘 가장 속이 쓰렸다.

이에 류 감독이 “차우찬이고, 안지만이고 다 막으라고 등판시켰는데 맞고 말았다”고 말하자 양 감독은 “우리는 1점 주고 내려오면 잘 했다고 하는데…”라며 받아쳤다.

한참동안 아시안게임 등 여러가지 화제가 오간 끝에 ‘가진 자’ 류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이제 막 4강 싸움에 진입해 사실상 진짜 시즌을 시작한 양 감독을 바라보았다. “이제 40경기쯤 남았네. 얼른 끝나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면 싫어하려나?”

양 감독은 짓궂다는 듯 류 감독을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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