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KT 조범현 감독, “24시간이 모자라”

프로야구 제10구단 KT를 이끌고 있는 조범현 감독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1군 진입을 앞두고 챙기고 살펴야 할 일이 셀수 없을 만큼 쌓였다. 31일 수원 성대구장에서 LG 2군에 11-5로 이긴 뒤 조 감독은 “살펴야 할 선수들이 수백명이다”라며 웃었다.

일단 KT 소속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일이 최우선이다. 이날 KT는 활발한 타선과 외국인 투수 시스코의 호투속에 승리를 따냈지만, 시스코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는 불안한 모습이 여러차례 나타났다. 불펜 투수들의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이 많았고, 내야 수비진의 실책도 이어졌다. 기량은 쑥쑥 성장했지만 안정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조 감독은 “다들 열심히 했고,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1군 경기와 1군 생활은 확실히 지금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KT 조범현 감독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런데, KT 선수들만 봐서는 안된다. KT는 창단 초기 팀 기둥이 돼 줄 선수들을 뽑을 중요한 행사가 남았다. 시즌이 끝난 뒤 각 팀별로 20인 보호선수 외 지명을 통해 9명의 즉시전력급 선수들을 데려와야 한다. 조 감독은 “계속해서 살펴보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최근 기량이 성장한 선수들이 있어서 계속해서 대상을 수정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TV를 통해 전날 KIA-NC전을 보던 조 감독은 TV 화면 속 한 KIA 선수를 가리키며 “저 선수도 부쩍 성장했다”고 눈길을 보냈다.

조금이라도 더 뛰어난 선수를 뽑고 싶은 마음은 ‘20명’이라는 장벽을 더욱 높아 보이게 만든다. 실제 NC가 뽑을 때 보다 상황이 더 안좋아졌다.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늘어나면서 1군 엔트리 26명에서 사실상 3명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여기에 올시즌 쏟아지는 FA 선수들이 모두 보호선수에 자동으로 포함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 감독은 “사실상 2군 선수들 중에서 골라야 하는 셈”이라며 “보상금액을 늘리는 대신 보호선수 숫자 줄여달라고 떼 쓰고 싶다”며 웃었다. 보호선수 외 지명 때문에 나머지 9개팀 선수들의 기량 및 움직임을 관찰하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이것만으로도 살펴봐야 할 선수가 수백명이다. 특히 NC가 뽑은 김종호의 존재는 조 감독의 눈을 더욱 예리하게 만든다.

또 중요한 ‘관찰’이 남았다. 외국인 선수는 창단 초기 팀 전력의 핵심이다. 조 감독은 “KIA 우승할 때도 로페즈와 구톰슨의 역할이 컸다. 당시 수많은 비디오 자료를 보면서 골랐다”고 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고 눈이 수십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조 감독은 얘기를 하던 중에도 수비 훈련을 하던 KT 선수의 몸놀림을 살피더니 곧장 코칭스태프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그런데, 감독이 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다. 올시즌 부터 생겨난 ‘심판 합의 판정제’, 즉 ‘비디오 판독’이다. 퓨처스 경기에는 없는 제도다. 내년 이면 다른 감독들은 후반기 경험에 따른 노하우가 쌓인다. 조 감독은 “그래서 나도 틈틈이 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에게도 마지막 슬라이딩 순간 슬라이딩만 생각하지 말고 태그 상태 등을 잘 체크하고 더그아웃에 알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창단 감독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란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