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명량’ 김한민 “이순신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게 나의 천행”

“김한민이란 사람이 이순신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게 천행이고, <명량>을 사고 없이 무사히 찍을 수 있었다는 것도 천행이고, 많은 관객들이 봐준 것 또한 천행이죠.”

<명량>으로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김한민 감독(43)은 18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천행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실제로 <명량>은 천행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놀라운 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지난 달 30일 개봉해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68만명), 역대 최고 일일 스코어(125만명), 역대 최단 1000만 돌파(12일) 등을 이어왔다. <아바타>를 넘어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고, 1400만 돌파라는 ‘최초’의 길을 걷고 있다.

- 흥행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매체 분석대로 이순신 리더십이 컸다고 본다. 지금 부재한 리더십에 대한 그리움에서 많이 본 것. 해전 신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이순신으로 다가오니까 거기에 반응했던 것 같다. 세월호와 연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고 전에 편집이 끝난 상태였다. 벌어지지 말아야 할 비극적 일이 벌어졌다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명량>과 어떤 연관이 있을꺼라는 생각은 못했다. 다만 이순신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는 구하는 이야기가 용기와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봉 시점을 연기하지 않고 계획대로 갔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 이순신의 어떤 매력이 영화화로 이어졌나.

“고향(순천)이 전라좌수영이 있던 곳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순신에 대해 많이 듣고 주변에 흔적도 많아 어린 시절부터 체화됐다. 영화를 하면서 언젠가 만들면 좋겠다는 본능적 꿈틀거림은 있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은 강하게 들었는데, 전투에 집중해서 이순신 영화를 만든다면 고답적인 전기적 스타일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젊은 관객들과의 소통 지점이 해전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 흥행 필수요소로 꼽히는 유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해전에 CG(컴퓨터 그래픽)이 많기 때문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해전신에서 관객들의 조소가 나오면 안된다고 집중하다보니 다른 건 고려할 틈이 없었다.”

- 이순신의 여러 해전 중 명량대첩을 가장 먼저 다룬 이유는.

“이순신의 정신적인 엑기스, 요체가 가장 크게 담겨져 있는 전투라고 봤다. 목숨에 연연하지 않는 생사관이 확대돼 희생을 보여주고, 백성과 장졸들의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는 것이 바로 명량대첩이다. 선택은 본능적이었다.”

- <한산>과 <노량>의 순서로 속편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

“두 전투 모두 각각의 특징과 의미가 있다. 한산은 처음으로 공세적인 입장의 적선단과 마주친 전투다. 임진왜란에서 처음 승전보를 울려 전쟁의 양상을 다르게 했다. 또 학익진과 학익진의 화룡점정인 거북선이 있다. <노량>은 부제가 ‘죽음의 바다’다. 이순신 장군의 죽음이 나오니 관객들이 펑펑 울 것 같다. 공세적으로 적들을 통렬하게 쳐부수는 데다 밤 전투다. 임진왜란 해전 사상 가장 많은 배가 부서졌던, 세계사 적으로도 유래 없는 전투라는 의미가 있다.”

- 백병전 같은 부분은 역사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순신에 대한 굉장한 관심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지적이라고 본다. 백병전은 주제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주길 바란다. <난중일기> 기록에 보면 백병전이 있긴 한데, 영화에서는 대장선으로 가져 왔다. 이 같은 영화적 설정은 이순신이 자기 희생을 하면서 위기에서 탈출하고 민초와 장졸들에게 감동을 주는 테마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 대중들은 감독의 수입에도 관심이 많다.

“100억 수익이라는 기사가 나왔지만, 허수가 많다. <아바타>와 비교해도 관객수는 많지만 매출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많은 돈을 번 것은 사실이겠고, 의미있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강하게 하고 있다.”

- 영화 속에는 수많은 단역 배우들이 나온다. 고경표 등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시간을 얻지 못한 것 같은데.

“지면을 빌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두 시간 안팎으로 러닝타임이 한정돼 있으니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선택은 전쟁이었다. 못 다한 이야기를 담은 감독 확장판은 생각하고 있다. ‘세계본’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다른 나라 관객들도 이 영화를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버전을 만들 계획이다.”

- <최종병기 활>에 이어 연이어 사극을 하고 있는데, 사극의 매력은.

매력보다 멋이 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조선인들의 절규도 있었지만, 동양인에게는 짧은 머리보다는 긴머리가 어울린다. 올곶게 상투를 튼다는 게 멋있지 않나. <최종병기 활>을 화면서 사극 소품이나 의복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사극은 멋과 격이 있고, 의미도 더 담아낼 수 있어서 계속 하고 싶다.“

- 영화에 대한 혹평도 있고, 이에 대한 논쟁도 있는데.

“반응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섭섭함이나 아쉬움은 없는 편이다. 이 영화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순신을 이 시대에 소통시킬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 만족한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