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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이번에는 링도 한 번 기대해 주세요”

양학선(22·한국체대)의 어머니 기숙향씨는 “학선이가 원숭이띠다. 원숭이가 제일 많이 움직인다는 오전 10시에 태어났다”고 했다. 꼬마 때부터 원숭이처럼 매달려 노는 것을 좋아했다.

도마 위를 날아 오르는 것은 태몽을 닮았다. 어머니는 아이를 가졌을 때 꿈을 꿨다고 했다. 사람만큼 커다란 붕어가 도랑을 헤엄치고 있었다. 신기해 붕어를 따라가니 곧 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를 만난 붕어는 금세 화려한 비단잉어로 변했다. 어머니는 “그런데, 그 비단잉어가 갑자기 뛰어 올라 재주를 넘더니 품에 안겼다. 그걸 보던 사람들이 막 박수를 쳐 주더라”고 했다. 양학선은 자라서 재주 넘는 소년이 됐다.

2014 아시안게임에서는 ‘원숭이’를 닮은 양학선을 볼 수 있다. 양학선은 세계 최강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도마 종목은 물론 마루와 링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20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만난 양학선은 “마루운동과 링을 준비하고 있다”며 “마루보다는 링이 조금 더 자신있다”고 말했다.

양학선 | 사진 = 스포츠경향D/B

체조를 막 시작했던 꼬마 시절, 양학선의 주 종목은 도마가 아니라 링이었다. 하늘에 매달린 두 개의 고리에 자신의 몸을 얹어 이리저리 굴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어머니가 얘기한 것처럼 양학선은 링 위에서 재주많은 원숭이처럼 매달렸다. 이후 주종목이 도마로 바뀌고, 세계 최고 자리를 수년째 지키고 있지만, 이번에는 ‘초심’에도 집중한다.

양학선은 “아무래도 링은 첫 종목이다.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를 생각하면 신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학선의 작고 호리호리한 몸매는 하늘 높이 날아 비틀고 구르는 도마에 최적화돼 있지만 링에서도 강점을 나타낼 수 있다. 양학선은 “공중에서 중심을 잡고 움직이는데는 가볍고 작은 몸이 유리하다”며 “보통 링 선수보다 근육이 적어 보이지만, 내가 또 힘을 좀 쓸 줄 안다”며 웃었다.

링에 대한 도전에는 또다른 이유가 숨었다. 양학선은 “첫 종목인데도 이상하게 링에서는 한 번도 금메달을 못 땄다. 그래서 이번에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도마는? “걱정 붙들어 놓으시라”고 했다. 아직 몸 사태가 100%는 아니다. 훈련을 하다가 허벅지를 다쳤고, 최근에는 식도궤양에 걸려서 체력이 떨어졌다. 최근 집중 훈련을 통해 체력을 회복하는 중이다. 양학선의 신기술 ‘양2’는 지난주 3번쯤 시도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모두 성공했다. 이번 주에는 아시안게임 경기용 구름판으로 바꿔서 적응 훈련에 들어가는 바람에 성공률이 떨어졌지만 양학선은 “체력만 돌아오면, 성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다.

북한의 리세광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는다. 양학선은 “체조는 다른 사람과 겨루는 종목이 아니다. 내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 용기와 자신감이 2년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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