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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속 AG 출전 남현희, 우선희 ‘주부의 힘으로 일낼 것’

12년간 4번의 아시안게임에 개근한다. 20대 아가씨가 이젠 30대 중반의 주부가 됐지만 변함없이 태극마크를 놓지 않고 있다. 강산이 바뀌는 시간 동안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를 이끌어온 베테랑 남현희(33·성남시청)와 우선희(36·삼척시청)가 4번째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금메달에 도전한다. 산전수전 겪은 경험을 밑천삼아 후배들과 함께 후회없는 마지막 승부를 다짐한다.

한국 여자 펜싱의 간판 남현희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2006년 도하·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플뢰레 단체와 개인전 2관왕에 올랐다. 3번의 아시안게임에서 건진 금메달만 5개. 남현희는 아직도 포기를 모른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딴 남현희는 지난해 5월 딸 하이를 출산했다. 그는 엄마가 된 뒤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검을 잡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지난 7월 수원에서 개최된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에서 여자 플뢰레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1년 만에 아시아 정상으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을 30일 앞둔 20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 = 강윤중 기자

20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남현희는 “지난해 선발전에 나가면서도 뽑힐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선발되고나서 ‘펜싱 선수가 내 길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마 검객’이 된 남현희는 출산 후 공백기가 펜싱 선수로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몸 상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가 오히려 경기 운영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남현희는 “출산 후에는 내가 찌르는 것보다 찔리는 포인트가 많았다. 여기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경기 운영 방법을 많이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마가 된 남현희는 전성기의 몸 상태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졌지만 풍부한 경험과 노련미를 앞세워 아시안게임 4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심재성 펜싱 대표팀 감독은 “많이 움직이는 플레이 스타일의 남현희가 출산 후 아직은 몸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핸드볼의 간판 우선희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처음 큰 대회를 출전했다. 당시에는 주전도 아니었고 정신 없이 대회를 치른 기억이 난다. 이제 10여년이 흘러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언제 은퇴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치르는 대회다. 좋은 성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희는 막내로 참가한 부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주축으로 올라선 2006년 도하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땄지만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다. 준결승에서 한수 아래로 평가된 일본에 덜미를 잡히면서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의 꿈이 무산됐다. 우선희는 “광저우때 금메달을 놓쳐 그 아픔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서 “이번에 다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임영철 감독님께 감사하다. 금메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우생순’의 주역인 우선희는 마지막이 될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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