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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트로트의 연인’ 마친 지현우 “로맨틱 코미디보다 이제 사극, 악역이 끌린다” [인터뷰]

배우 지현우(30)가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처음이었다. 그는 극중에서 ‘올드미스’인 예지원을 변함없이 든든한 모습으로 지키는 ‘연하남’의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과 <달콤한 나의 도시> <인현왕후의 남자> 등에서도 그는 때론 장난기가 넘치고, 때론 도도하지만 부드러움을 감춘 로맨틱한 남자를 연기했다.

2년여의 군 생활 이후 택한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도 이러한 고려의 연장선상이었다. 그는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에서 갑작스러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캐릭터 역시 까다롭고 안하무인 성격의 작곡가지만 사랑을 깨달으면서 로맨틱한 남자로 변하는 장준현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제 수사물이나 사극 등 장르물 그리고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트로트의 연인> 종방 즈음 만난 그는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것은 작품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어쩌면 현실안주를 택한 본인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었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 천재작곡가 장준현 역을 맡았던 배우 지현우. 사진 BS엔터테인먼트

“드라마는 초반에 경쾌한 색체를 갖고 있었어요. 8회까지는 좋았는데. 사고가 나고 기억을 잃어버리기 시작하면서 밝음이 없어져서 아쉬운 면이 있어요. 감독님께 말씀드린 적도 있었죠. ‘처음 제게 말씀하셨던 분위기와 다른 부분도 있다’고요. 시청률을 이렇게 신경썼던 적도 처음인 것 같아요. 스스로 연기에 대해서도 유난히 재촬영 요구를 많이 할 만큼 아쉬운 부분도 스스로 느꼈어요.”

그가 연기한 장준현은 최고 인기 작곡가로 어느 날 예측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최춘희(정은지)를 키우라는 회사의 요구로 여주인공과의 악연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는 사랑을 깨달으면서 직접 작곡한 노래를 최춘희에게 들려주고, 헌신적인 남성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 천재작곡가 장준현 역을 맡았던 배우 지현우. 사진 BS엔터테인먼트

“늘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작곡을 했어요. 항상 가사가 나오며 거기에 곡을 붙이는 편이었기 때문에 작가에게 글을 달라고 많이 보채기도 했죠. 연기와 작곡을 병행하는 일이 쉬웠던 건 아니지만 만족스러운 노래가 나온 것 같아요.”

그는 2012년 tvN <인현왕후의 남자>를 끝내고 곧바로 군 입대를 했다. 이십대 후반에 겪은 군 생활은 그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책을 곁에 두고 읽으면서 김진명, 조정래, 김훈작가의 위대함을 새삼 알게 됐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갈망도 커졌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 천재작곡가 장준현 역을 맡았던 배우 지현우. 사진 BS엔터테인먼트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연기였구나.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더불어 남자들의 우정, 의리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죠.”

특히 전역을 얼마 앞두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 <정도전>은 지현우의 새로운 의지에 불을 당겼다. 유동근, 조재현, 박영규, 서인석 등 관록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진심이 담긴 가사는 로맨틱 코미디의 왕자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 천재작곡가 장준현 역을 맡았던 배우 지현우. 사진 BS엔터테인먼트

“실제로 무거운 작품을 못한 것은 사실이에요. 악역도 거의 안 했어요. 사극이건, 수사물이건, 메디컬 드라마건, 법정물이건 해보고 싶어요. 저는 스스로 예전 드라마 <서울의 달>처럼 부모님들이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저희 직업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직업이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드라마를 보려 애쓰고, 그 일이 낙이 됐던 순간처럼 많은 분들에게 그러한 순간을 전달하고 싶어요.”

그가 스스로 로맨틱 코미디에 자주 나왔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단순했다. “뚜렷하게 잘 생기지 않았고 주변에 있을 법한 얼굴”이라는 것이다.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대단한 스타나 톱배우로 살면서 어깨에 힘을 줘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먼저 내려놨더니 여배우들이 마음을 열었다. 이제는 그렇게 남자배우들과 뒤엉키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서 천재작곡가 장준현 역을 맡았던 배우 지현우. 사진 BS엔터테인먼트

꾸미지 않고, 가식이 없는 성격 때문에 그는 입대 전 한 공개연애 선언 때문에 크게 홍역을 치렀다. “‘아’하고 이야기하면 ‘어’라고 퍼지는 말들 때문에 당황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제 정말 서른이 됐다. 그는 “좀 더 어른스러워져서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으면 그때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공개연애를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얼른 웃으며 가위표를 그린다.

“군대에 있으니까 스스로 자존감이 적어지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전역 이후에 작품을 바로 해서 아직 사회생활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일단 어디로든 다니면서 제 자신을 채우는데 힘을 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면 멋진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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