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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량’ 박보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면서 재미를 느꼈죠”

1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인미답’의 흥행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명량>. 이 영화의 주요 배우 중 가장 어린 이가 박보검(21)이다. 박보검이 맡은 수봉은 장수였던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고 노를 젓는 격군으로 대장선에 탄다. 명량해전이 끝난 후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이순신 장군(최민식)에게 토란을 건넨다. 감정 표현을 아끼던 이순신은 “먹을 수 있어 좋구나”라는 말로 전쟁의 고통과 해방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감정을 끌어올리는 이 장면으로 박보검은 관객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토란소년’이라는 애칭을 얻은 것도 이 덕분이다.

최근 서울 중구 스포츠경향 편집국에서 만난 박보검은 “주변 친구들이 <명량>을 보고 ‘나도 토란 달라’ ‘토란은 맛있었냐’고 물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밝게 웃었다.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수봉은 <명량>에서 조선 수군의 사기를 역전시키는 인물이다. 승산 없는 싸움이라 사기가 바닥인데 수봉은 되레 격군을 자처한다. 박보검은 세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수봉 역으로 발탁됐는데, 아버지가 이순신이 아끼는 차군관이었다는 사실은 마지막 오디션에서야 알았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내 눈 앞에서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걸 본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어요. 그 아픔을 딛고 왜군을 무찌르기 위해 대장선에 태워달라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있고, 진중하다고 생각했죠.”

아버지의 죽음을 본 수봉을 연기하는 건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눈빛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상상력의 전원을 끄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촬영하는 날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했어요. ‘연기 잘 하라’고 격려해주시는 데 눈물이 울컥 났어요. 최민식 선생님도 ‘진정성을 가지고 연기하라’로 말해주셨는데 그 눈빛이 정말 장군처럼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연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어요.”

흔들리는 배에서 노젓는 연기가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그는 “다른 선배 배우들은 쌀 한가마니 무게의 갑옷을 입고도 연기했다”며 손 사레를 쳤다. 힘들기보다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명량’에서 수봉 역을 맡은 박보검

“최민식 선생님은 촬영이 없을 땐 재치있고 다정다감하세요. ‘수봉아 수봉아’ 하면서 챙겨주고, ‘토란 밖에 없냐. 과자는 없냐’고 묻기도 하셨죠(웃음). 혼자 현장을 이끄는 게 힘들었을 텐데 내색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 많은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하나로 모아 화이팅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위해 액션스쿨에서 승마와 활쏘기 등을 익혔다. 박보검은 영화 속 명대사를 인용하면서 훈련 과정을 설명했다.

“몸이 힘드니까 정말 가기가 싫은데, 막상 하면 재미있었어요. 가는 발걸음은 힘든데, 도착하면 검술도 하고 있고, 승마도 해내고 하니까 보람을 느꼈죠. 고삐를 놓고 화살 쏘는 것도 했는데 두려움을 없애야 하잖아요.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면서 재미를 느꼈죠.”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토란을 이순신 장군에게 드릴 때였다고 한다. 전쟁이 다 끝난 후의 복잡한 감정을 담기 어려웠다고. 박보검은 “토란은 국으로만 먹어봤는데, 생 토란은 질척거리는 식감 때문에 맛은 좀 아쉬웠다”며 웃었다.

가수를 꿈꿨던 박보검은 기획사에 들어가면서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훈련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안상훈 감독의 영화 <블라인드> 오디션에 단박에 합격했다. SBS 주말드라마 <원더풀 마마>로 긴 호흡의 연기를 하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연기의 맛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연기로 살아보지 못한 삶이나 직업을 경험해보는 게 좋다”는 박보검은 영화 <코인워커걸>과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로 필모그래피를 이어간다.

박보검은 “다음 작품에서는 <명량>에서와 달리 연기가 새로웠다는 말을 듣고 싶다”면서 “무조건적인 칭찬보다는 뼈가 있는 칭찬, 객관적인 비평을 받고 싶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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