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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 ‘스토리텔링 캐릭터’ 열풍

단순한 홍보물 차원 벗어나 이야기 접목 구매감성 자극

시리즈·패키지제품 출시도

화장품 업계가 ‘캐릭터·이야기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만화나 영화 속 유명 캐릭터를 제품 디자인에 적용하는 단순 콜라보레이션에서 한 발 나아가 제품별 캐릭터를 만들거나, 캐릭터를 브랜드의 전체 콘셉트로 확장시켜 이야기를 이어가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 특히 중소기업 규모의 화장품회사의 활약이 고무적이다.

국내 브랜드 샐리스박스는 누적판매 300만 부를 기록 중인 베스트셀러 카툰에세이 <파페포포>의 감성을 마스크팩 라인에 담았다. ‘파페포포’는 순수 청년 ‘파페’와 착하고 야무진 소녀 ‘포포’의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트 마스크 ‘러브레시피’ 라인에는 두 사람의 만남부터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앰플 마스크 ‘시크릿 가든’에는 웨딩 스토리가, 하이드로겔 마스크 ‘딜라잇’ 에는 결혼 후 이야기, 바디라인 토털 마스크 ‘프렌들리’에는 주변의 친구들과 행복을 나누며 사는 우정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시리즈를 모두 모으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샐리스박스 ‘파페포포’ 팩시리즈, 라라베시 ‘악마쿠션’, 투쿨포스쿨 ‘다이노 플라츠 CC’, 라벨영 ‘쇼킹토너3탄’, 투쿨포스쿨 ‘캣 스트리츠’ 핸드크림, 라벨영 ‘빵꾸 시리즈’ 이벤트.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학교에 가기엔 너무 예쁜 그녀’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투쿨포스쿨은 화장품 캐릭터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공룡을 내세운 CC크림으로 화제를 모으는가 하면, 뉴욕에 실존하는 길고양이 ‘마크’ ‘잭’ ‘디보’를 모델로 한 핸드크림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악마크림’ 으로 유명한 라라베시는 최근 ‘악마쿠션’을 출시해 단 하루 만에 2만 개 이상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라벨영의 ‘쇼킹토너’ 시리즈 역시 연일 완판 중이며, 올여름에는 모공 라인인 ‘빵꾸시리즈’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베리썸은 아예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캐릭터 공모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한국 토종 브랜드는 역수출되기도 하는데, 투쿨포스쿨은 중국·몽골·호주 등을 비롯해 화장품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도 론칭을 앞두고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 캐릭터 스토리텔링이 대세로 자리잡은 이유는, 일명 ‘저렴이’로 불리는 저가 화장품이 늘고 세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주는 감성무드는 제품의 호감도를 높히는 데 도움이 되고,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난 ‘화장하는 10대’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업계 관게자는 설명했다. 특히 10대를 타깃으로 내놓은 캐릭터 화장품이,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20~30대 키덜트 족들에게 어필하면서 판매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릭터 스토리텔링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기존 유명 브랜드 역시 캐릭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에뛰드 하우스는 디즈니 공주들의 스토리를 담은 ‘프린세스 해피엔딩’ 메이크업 컬렉션을, 클리오의 페리페라도 올해 ‘겨울왕국 시리즈’ 를 내놓아 역수출에 성공했다. 해외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베네피트는 <아이언맨>을 만든 미국 마블사에 의뢰해 ‘스파이 걸’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맥(MAC)은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말레피센트>와 협업, 마녀캐릭터와 검은 날개 등을 활용한 패키지를 출시했다.

아모레 퍼시픽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소모품이 아닌 소장품으로 구입하려는 경향이 높아졌다”며 “기존 브랜드들 역시 색다른 콜라보레이션과 아이디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숭영 샐리스박스 대표는 “스타마케팅이나 유통망으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났다 ”며 “이 같은 감성마케팅의 성공은 아이디어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제품력 향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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