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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연인’ 신보라, 이렇게 놀라운 배우 한 명이 태어났다 [인터뷰]

개그우먼 신보라(27)는 최근 종방한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경력에 ‘배우’를 추가했다. 물론 그가 2010년 KBS 25기 공채 개그맨이 되면서 <개그콘서트>에서 보여줬던 것도 연기였다. 그는 빼어난 미모로 승부하거나, 뚱뚱하거나 마른 신체적 특징을 개그의 소재로 삼는 개그우먼이 아니었다. 대중들이 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준 이유는 다분히 그의 연기력이었다. ‘생활의 발견’에서 늘 이별을 외치는 여자, ‘9시쯤 뉴스’에서 옛 남자친구 생각에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기상캐스터, ‘거제도’에서 섬 소녀를 연기할 때도 그는 흡인력 있는 연기로 관객과 시청자를 잡아당겼다. 그런 그가 진짜 연기를 하는 ‘꾼’들 사이에 섞였다.

신보라는 <트로트의 연인>에서 여주인공 최춘희(정은지)보다 극중 배경이 되는 샤인스타 엔터테인먼트에 먼저 연습생으로 들어온 가수 지망생 나필녀를 연기했다. 처음에는 빼어난 실력의 후배에게 무지막지한 견제와 질투를 서슴지 않던 그는 춘희의 진심에 마음을 열고 그의 조력자가 돼 준다. 게다가 주인공 장준현(지현우)의 매니저이자 역시 가수 지망생인 설태송(손호준)과는 로맨스를 나누며 극의 재미를 줬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출연해 배우로 첫 발을 내딛은 신보라가 경향신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그야말로 오감을 깨워놓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선배 연기자들이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 봤어요. 그리고 제가 촬영한 장면을 전부 영상에 담았어요. OK가 된 장면이든 NG가 난 장면이든 다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봤죠. 늘 무대 연기를 하면서 섬세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는데, 드라마에서는 눈동자 하나 움직이는 것에도 분위기가 바뀌더라고요.”

스스로도 연기경력이 있던 신보라였지만 느낀 점은 많았다. 이는 단순히 연기의 기술에 머물지 않았고, 연기를 위해서는 그의 성향도 바꿀 필요가 있었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출연해 배우로 첫 발을 내딛은 신보라가 경향신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제 성격이 감정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기뻐도, 슬퍼도 의식적으로 그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연기를 하려면 그 감정을 깊이 느껴볼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슬플 때 정말 목 놓아 울어본 적이 있었나’ 생각하게 됐죠.”

누구나 떨리는 정극 데뷔작품, 그는 다행이도 좋은 선배 연기자를 많이 만났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젊은 연기자가 많아 적응이 쉬웠다. 지현우, 신성록, 정은지, 이세영, 손호준 등 젊은 연기자들 사이에서 신보라는 그들의 배려로 어색하지 않게 극에 녹아들 수 있었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출연해 배우로 첫 발을 내딛은 신보라가 경향신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제가 알게 모르게 실수가 많았어요. 하지만 다 좋게 봐주고 제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애쓰시더라고요. (손)호준 오빠는 예전 정우씨와 함께 찍은 영화 <바람>을 챙겨본 기억이 있어요. 촬영을 안 할 때도 저를 나필녀처럼 편하게 대해줘서 적응이 한결 쉬웠어요.”

그의 연기 적응기를 듣고 있자니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웃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개그콘서트> 무대, 신보라는 그곳에서 5년 동안 정상의 입지를 굳혔다. 개그연기에만 몰두해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를 이렇게 정극으로 끌어낸 것일까. 그는 의외에 말을 했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출연해 배우로 첫 발을 내딛은 신보라가 경향신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길진 않았지만 5년 동안 <개그콘서트>를 하면서 대중에게 코너로, 캐릭터로 보이면서 어느 순간 스스로가 고갈되는 느낌이 왔어요. 내가 너무 무대에 익숙해져서 뜨거운 가슴없이 그냥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반성도 됐죠. 정말 다들 간절히 원하는 무대를 뛰는 가슴 없이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무언가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들에게도 고민을 이야기하니까 시간을 갖고 채우기 위한 휴식을 갖는 게 맞다는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때 연기를 만났어요.”

보통 정극연기를 시작하면 대부분의 개그맨들은 자연스럽게 <개그콘서트>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신보라에게는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연기도, <개그콘서트> 무대도 너무 소중했다. <개그콘서트>와 연기를 병행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안 된다고 생각해 연기에 몰두했지만 언젠가 좋은 기회가 생기면 <개그콘서트> 무대에도 서고 싶은 것이 신보라의 소망이다. 이런 솔직한 고민에 제작진 역시 “집 밥 먹으러 한 번 오라”며 문을 열어놓고 있음을 알렸다.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출연해 배우로 첫 발을 내딛은 신보라가 경향신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지금까지 개그 연기, 노래, 정극 연기를 해봤지만 저는 제 감정을 여러가지 형태로 상대방에게 전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개그에서 제 노래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음원을 낼 용기를 냈고, 드라마로 웃음을 드릴 수 있게도 됐어요. 정확한 계산을 갖고 움직인 적은 없어요. 앞으로도 늘 저를 보시는 분들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움직일 거예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면 그건 불행한 일이죠. 제가 행복한 일들을 거듭하고 싶어요.”

이런 각오라면 언젠가 우리는 드라마에서 개그우먼의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호소력있는 눈물연기를 하는 신보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개그우먼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했던 많은 선배 도전자들의 모습도 스쳐갔다. 신보라의 말에 믿음이 가는 이유는 지금껏 그가 보여줬던 모습들이 이미 그의 말을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또 한 명의 배우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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