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가 높이 날까, 독수리가 높이 날까.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과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아시아 정상을 향한 길목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포항과 서울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을 치른다. 두 팀은 지난 20일 1차전에서는 0-0으로 비겼다. 이번 2차전 결과에 따라 4강행 티켓을 가져갈 팀이 결정된다.
두 사령탑은 결전을 하루 앞둔 26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자신했다.
원정에 나선 황 감독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황 감독은 “서울이 최근 K리그에서 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단판 승부에서 그런 분위기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 우리 플레이만 하면 좋은 결과를 갖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최 감독도 뒤질세라 “황 감독의 자신감에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최 감독은 이어 “자신감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다. 지도자의 자신감보다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이기려는 열망에서는 우리가 더 낫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의 발언처럼 최근 분위기는 서울이 낫다. 서울이 K리그 클래식에서 3연승을 달린 반면 포항은 2경기에서 1무1패로 부진하다. 다만 포항은 ACL에서 9경기 연속 무패(5승4무)로 승승장구하고 있어 승패를 짐작하기 어렵다.
황 감독은 ‘한 골’ 승부를 예상했다. 황 감독은 “한 골로 승부가 날 것”이라며 “만약 일찍 균형이 깨진다면 난타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작은 실수로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있어 특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이 기대하는 것은 거친 실리축구다. 서울이 거친 축구에 약하다는 것을 정통으로 공략하는 승부수다.
그러나 최 감독은 “포항은 반칙이 많은, 거친 플레이를 하는 구단”이라며 “우리도 그렇게 경기할 수 있지만 싫어서 하지 않는다. 거친 분위기에 밀린 1차전과 달리 2차전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포항과 서울은 올해 목표를 ACL 우승으로 공언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최소 150만 달러(약 15억원)의 상금이 보장될뿐만 아니라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도 가져간다.
황 감독은 “개막 전부터 목표를 ACL 우승으로 잡았다. 우리가 나아가는 길을 누구도 막아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밀려 준우승에 그친 ACL에서 올해는 정상을 노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황새와 독수리 운명이 걸린 마지막 승부. 하나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솟구치겠지만 다른 하나는 그대로 비행을 멈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