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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인생’ 송혜교 “연기는 해도 해도 어렵죠”

“나 열일곱 살에 내 낳은 여자야.”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9월3일 개봉)에서 송혜교(32)가 맡은 미라는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가수라는 꿈 대신 출산과 육아를 택한 고등학생 엄마. 그렇게 얻은 아들 아름이는 조로증으로 80세의 신체 나이를 안고 산다. 이제 33살이 된 미라는 ‘나이 든’ 아들의 관절염 약을 챙긴다. 송혜교는 희귀병에 걸린 아들을 보며 우는 신파 대신, 웃으면서 아들에게 힘이 돼주는 모성을 보여준다. 영화 내내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연기한 그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작품에서까지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두근두근 내 인생>은 송혜교가 엄마 연기를 한 첫 작품이다. 이재용 감독은 송혜교에게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을 포기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전 예뻐 보일 때 많잖아요. 광고나 화보 촬영에서, 또 시사회 같은 행사에서도 그렇죠. 연기하면서 예뻐보이고 싶은 욕심은 어렸을 때부터 없었어요. 작품에서까지 예쁨을 추구하면 배역보다 송혜교가 보이잖아요. 화장 안하고 머리 질끈 묶으니까 준비 시간이 5분밖에 안 걸렸어요. 육체적으로 이렇게 편한 작품이 없었죠.”

‘엄마’ 하면 떠오르는 희생적 모습이 아니라 친구 같은 엄마라 연기하기는 더 편했다고 한다. 실제로 친구 같은 모녀 사이라 연기하며 어머니를 많이 떠올렸다고.

“어머니가 에너지가 넘치세요. 놀이공원을 좋아하시거든요. 중학생 때 어린이날 어머니께서는 놀이공원에 놀러가자고 하셨고, 저는 차 막히니까 집에서 쉬자고 했죠. 어머니가 아이랑 엄마가 바뀐 것 같다며 힘 빠진다고 하셨던 기억이 났어요. 어려서부터 ‘애늙은이’라는 말은 많이 들은 편이었고, 17살의 미라와 17살의 송혜교는 완전 반대였죠. 데뷔하기 전까진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송혜교

연예 활동을 하면서 적극적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송혜교는 이번 작품에서 ‘씨발공주’라는 별명에 맞게 욕도 시원하게 내뱉는다.

“처음엔 갑자기 욕을 하니까 어색했고, 스태프들도 당황했어요. 집에서 혼자 욕을 할 때도 있지만, 어디가서 큰 소리로 욕을 해보겠어요. 연습을 핑계로 스태프 앞에서도 욕을 해보니까 정작 촬영할 땐 편했어요. 좀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연습을 핑계로 욕을 해보기도 했죠(웃음).”

1996년 교복 모델로 데뷔한 송혜교는 드라마 <가을동화>(2000)로 단숨에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풀하우스>(2004) <그들이 사는 세상>(2008) 같은 작품에서 발랄하고 사랑스런 여인으로, 영화 <오늘>(2011)에서는 약혼자를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진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중국 출신의 세계적 감독 왕자웨이의 <일대종사>, 우위썬의 <태평륜>에서 출연하며 도전을 이어왔다. 4년간 고생스럽게 촬영한 <일대종사>는 연기자로서 좋은 자극이 됐고, 여자 송혜교로서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중국의 도심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서 찍었는데 1주일 동안 촬영없이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어요. 통역하시는 분과만 말이 통하니까 힘들었고, ‘내가 여기서 뭐하나 ’싶어 짜증날 때도 있었죠. 왕가위(왕자웨이) 감독님은 같은 연기도 잘난 여자·비련의 여인 버전 등 다양한 시도를 주문하셨어요. 같은 장면은 30번씩 찍기도 했죠. 제 안에 있는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주시려는 거였는데, 그런 노력이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하면서 나타났던 것 같아요.”

만만치 않은 연기 구력이지만 송혜교는 “해도 해도 어려운 게 연기”라고 말했다.

“20대 때는 30대가 되면 연기를 여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30대가 돼보니까 똑같이 어렵더라고요. 새 작품 들어갈 때 마다 고민하고 노력하는 건 같아요. 매번 어렵죠. 어려운 거 끝나면 이젠 좀 쉬운 작품이 올까 싶은데 더 어려운 게 오죠. 항상 산 넘어 산이에요.”

그러나 여전히 송혜교는 새로운 도전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는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보지 않은 스릴러 장르나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또 “주로 두 세명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왔는데 <군도: 민란의 시대> 같은 멀티캐스팅 영화에서 선후배 배우들과 어우러지고도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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