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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76년의 세월을 잇는다

28일 문학 SK-LG전을 앞두고 백근주옹(94)이 마운드에 올랐다. 프로야구 사상 최고령 시구자였다. 백옹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중간에 서서 힘껏 공을 던졌다.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백옹이 야구를, 특히 SK를 사랑하게 된 것은 76세 어린 손자 백두원군(18) 때문이다. 보통의 할아버지와 손자 나이 차이를 훌쩍 뛰어넘는 세월의 간격을 뒀지만 야구 앞에서 할아버지와 아들은 하나가 됐다. 어릴 때부터 손자의 손을 잡고 집이 있는 의정부에서 문학구장까지 먼 거리 나들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백군은 응원석에서 SK 깃발을 흔들었고, 백옹은 곁에서 힘껏 박수를 쳤다. 그들에게 야구는 그저 신나는 공놀이에 머물지 않았다. 야구는 76년의 세월을 이어주는 매개체였다.

백근주옹이 28일 문학 SK-LG전에 앞서 시구를 하고 있다. | SK와이번스 제공

백옹이 시구를 하게 된 것 역시 야구에 대한 사랑 덕분이다. SK가 우승을 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SK에 홀딱 빠졌다는 백옹은 “최정이 홈런 치는 장면이 제일 통쾌하다”며 웃었다. 아끼고 사랑하는 최정으로부터 경기 전 시구법을 배웠다. 다만, 야구를 함께 즐기던 손자 백군은 올해 고교 3학년이어서 이날 함께하지 못했다. 백군의 어머니이자 백옹의 며느리는 “아들이 여기 오지 못해 몸이 달았다”고 말했다.

백옹의 시구는 백옹의 바람과 구단의 응답으로 이뤄졌다. 백옹의 지인이 신영철 전 SK 사장과 연결이 됐고, 백옹의 시구 소원을 알게 된 구단이 연락해 시구를 마련하게 됐다.

백옹은 “아직 정정하다. SK가 우승하는 장면 몇 번 더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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