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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형 유소년 축구클럽의 모델로 자란다

조명탑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늦여름 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어린 축구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호각 소리와 함께 시합이 시작됐다. 명색이 라이벌전인데 꼬마 선수들은 승부를 겨루기보다는 축구를 즐기려는 듯했다. 마음껏 달리고 차고 개인 기술을 뽐냈다.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넘쳤다.

27일 인천에어포트(AIRPORT)리그 수원권역 U-10(만 10세 이하)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 보조경기장 인조구장에는 ‘미니 더비전’이 열렸다.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K리그 챌린지 수원FC의 U-10 유소년 클럽이 인천에어포트리그에서 시즌 첫대결을 펼쳤다. 수원을 대표하는 두 프로축구단이 운영하는 가장 어린 클럽팀의 경기는 야간에 조명을 켜고 진행됐다. 웬만한 엘리트 학원 스포츠에서도 꿈꾸기 힘든 야간경기를 지역 유소년 클럽팀에서 했다. 수원의 빼어난 축구 인프라와 유소년 축구에 애정이 큰 수원시축구협회와 수원월드컵관리재단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수원FC와 수원 삼성 산하 U-10 유소년클럽이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 인조구장에서 야간경기로 인천에어포트리그전을 치르고 있다. | 사진 = 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제공

전국 114개 권역에서 1만5000여명의 유소년들이 뛰고 있는 인천에어포트리그에서 수원권역은 최고의 시설과 인프라, 학생들의 열기를 바탕으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원권역 아이들은 시설이 좋은 월드컵 보조구장에서 리그 경기를 치르며 신나게 축구를 배우고 즐기고 있다. 수원에는 리그에 참여하지 않는 지역 클럽에 있는 학생도 수천명에 이를만큼 유소년 클럽 축구의 저변이 넓다. 학부모들은 퇴근 후 경기장으로 와서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을 한다. 야간 경기를 마치면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도란도란 축구로 이야기꽃을 피운 뒤 귀가한다.

클럽에서는 아이들에게 축구의 기본기는 물론이고 인성과 함께 단체종목의 협동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수원FC U-10 클럽 민병헌 감독은 “방과 후에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축구의 기본기를 익히고 볼과 친숙해지는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좋은 기반 시설과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축구를 즐기는 수원권역의 유소년 클럽들은 독일·영국 등 유럽 축구 강국의 선진 유소년클럽 시스템 부럽지 않다. 인천에어포트리그 수원권역은 한국 유소년 클럽 축구의 모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유소년 클럽 유망주들은 기본기를 쌓고 즐기는 축구를 통해 미래 축구 선수의 자양분을 쌓고 있다. 인천에어포트리그 유소년 클럽경기는 8대8로 진행돼 아이들이 볼을 다룰 기회가 많고 공격 전개도 빨라서 기술 습득에도 유리하다. 이날 ‘미니 수원더비’도 속도감이 넘치는 빠른 경기로 진행됐다. 선수도, 지도자도, 지켜보는 학부모도 승패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수원 FC 유소년팀 강규현군(10)의 엄마인 신자영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축구를 배우면서 체력도 좋아지고 그 덕분에 학습 능률도 오른다”면서 “수원에는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학부모들의 만족감이 높다”고 전했다.

인천에어포트 수원권역 운영을 담당하는 수원월드컵관리재단의 이헌영 대리는 “축구를 즐기는 지역의 많은 아이들이 ‘축구 수도’ 수원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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