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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 하늘이 선물해준 두 가지 뜻 깊은 기록

두산 왼손투수 유희관(28)은 지난해 팀동료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대표적인 ‘삼성 킬러’였다. 지난해 삼성을 상대로 기록한 방어율은 1.91. 삼성은 니퍼트만으로도 버거운 마당에 갑자기 나타난 유희관의 존재로 더 힘든 경기를 해야했다.

하지만 올 시즌 유희관은 삼성만 만나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3경기에서 거둔 성적이 1승 2패 방어율 5.40.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그러나 4번째 만난 삼성을 상대로 유희관은 다시 살아났다. 유희관의 역투에 두산이 선두 삼성을 이틀 연속 잡았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유희관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2014.08.29 /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유희관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삼성과 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을 3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막았다. 두산이 2-1로 앞선 7회초 시작에 앞서 쏟아진 비로 우천중단된 경기가 재개되지 않고 그대로 끝나면서 유희관은 데뷔 첫 완투승을 거두는 기쁨을 맛봤다.

이날 승리로 시즌 10승에 성공한 유희관은 두산 토종 왼손투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좋은 오른손 투수는 많았지만, 왼손 투수는 많지 않았던 두산 입장에서는 그래서 유희관이 기록에 실린 의미가 남달랐다.

유희관의 몸쪽과 바깥쪽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제구력은 1회부터 빛이 났다. 선두타자 나바로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김헌곤을 1루수 플라이, 박한이를 병살타로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1회에 던진 공은 고작 9개였다.

2회 선두타자 최형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한 유희관은 다음 타자 이승엽에게 바깥쪽 높게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호수비의 도움도 있었다. 3회 1사 후 김상수를 상대한 유희관은 풀카운트에서 가운데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다. 빠지면 최소 3루타가 될 수도 있었던 타구였지만, 중견수 정수빈이 전력질주로 달려간 뒤 펜스에 부딪히면서 잡아내 유희관을 도왔다.

유희관은 이후 볼넷 2개와 몸맞는공으로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최형우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이후 유희관은 6회까지 안타와 볼넷을 각각 1개씩만 내주며 팀타율 1위 삼성 타선을 원천봉쇄했다.

4월 한 달간 3승 방어율 2.04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한 유희관은 5월부터 7월까지 모두 6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8월 5경기에서 3승 방어율 1.86을 기록하며 다시 살아나고 있다. 유희관이 살아나면서 두산도 4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유희관은 “비가와서 운이 좋았다”며 “그래도 안 좋다면 거짓말이다. 너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3회 갑자기 흔들린 것에 대해서는 “갑자기 밸런스가 흔들렸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놓고 느슨해졌다. 삼자범퇴를 시키려는 마음이 너무 앞섰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유희관은 8월 들어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일종의 징크스인 셈이다. 유희관은 “주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데 괜찮다고 봐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올 시즌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다음 경기도 준비 잘해서 팬들이 바라는 4강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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